타인의 불행으로부터 위안을 얻는 인간의 못된 심보에 대하여
윤고은 저, <밤의 여행자들> 완독.
불행은 상대적이다.
무엇이든지 결국 나와 비교하고 값을 내어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다. 그나마 행복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지만, 불행은 그렇지 않다.
자신으로부터의 온전한 불행이 과연 있을까.
유나는 여행사 직원이다. 무이는 그 여행사의 관광지 지역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이는 재난 피해 지역이었고 유나의 여행사는 재난 여행을 파는 여행사라는 점이다.
가난 포르노,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불행한 것을 보며 자신을 위안 삼는 게 이 책에서는 여행사의 관광 상품으로 판매가 된다.
더욱이 책의 시점에선 자연재해, 테러, 그 외 등등의 재난들이 이제는 너무도 많아서 재난등급에 따라 여행사의 상품이 될지, 말지를 정한다.
재난 지역이라 유나의 여행사의 관광 상품이던 무이는 이제 관광객의 발길이 드물어지는 곳 중 한 곳이다. 재난 지역, 불행, 그리고 그 재난이란 불행을 재연하며 체험하는 여행 코스.
결국 짜여진 트루먼쇼이자 남의 이야기이기에, 돈을 주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올려치기 하는 것이다.
무이. 무이 사람인 럭을 통해 유나는 진짜 무이의 모습을 마주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한 무이 코스 밖의 무이. 진짜 무이는 정말 불행한 지역일까.
무엇을 어떻게 어느 시점/각도로 바라보느냐, 어느 높이로 바라보느냐, 나와의 거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불행을 판가름하는 관점은 달라진다.
무이는 정말 불행했을까.
요나와 럭이 마주한 진짜 무이야말로 재난 여행이란 가난 포르노 상품보다 더 심도 있는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될 텐데, 왜 사람들은, 자본은, 무이의 재난만 보고 어떻게든 관광상품으로 팔아보려 애쓰는 걸까.
요나에게서도 많은 공통점을 마주하며, 이 이야기는 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되새기게 한다.
원체 무섭거나 쫄리는 걸 못 보는 쫄보라 초반엔 (재난이 소재라) 무서울까 싶어 떨렸지만, 이 책은 그런 무서운 책이 아니었다. 현실이 더 무섭고 사람과 돈이 더 무서움을 알려주는 책.
나는 나의 자리를 지키며 서울이란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잠시 또 허상에 빠진다.
12월 23일, 퇴근길 지하철에서부터 집으로 들어오기까지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