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기 싫었건만, 최은영 저 <밝은 밤>

마음이 하나 둘 해지고 있을 무렵 만난 지연 그리고 삼천.

by 정정

최은영 저, <밝은 밤> 완독, 그리고 읽으면서 느꼈던 주저리 모음.



최은영 저, <밝은 밤> 중에서.


무심코 읽던 책에서 일제강점기의 여성들의 삶을 마주했을 때,

더욱이 그 여성들이 이제는 나보다 까마득히 어린 나이라는 것을 자각했을 때,

나는 가벼이 다음 문장으로 시선을 넘길 수가 없게 된다.


초중고 시험 범위 속에서 무작정 외워야 했던 교과서의 문장들이,

점차 나이를 먹고 어느새 그 시대의 여성들의 나이를 훌쩍 넘어서버린 지금은 한 줄 읽는 찰나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최은영 저, <밝은 밤> 중에서.


책을 읽는 내내 내 안 한편에는 내가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과 주저함이 뒤섞여 자리했다.

이 책의 주인공을 마주하는 서사의 시간이 내게는 거울을 보고 있는 기분을 들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내가 나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을 들게 하기도 했다.

아플수록 더 자신을 매몰차게 대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는 동질감을 느꼈으며 ’나의 문제‘ 역시 마주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사랑받고 자랐던 책 속의 다른 인물들이 부럽기도 했다.





최은영 저, <밝은 밤> 중에서.


오늘날의 지연의 삶에서부터 그의 엄마 미선, 할머니 영옥, 그리고 일제의 삼천과 새비의 이야기까지.

<밝은 밤>은 마치 서울에서 강원도로 향하는 긴 터널을 연이어 달리는 듯한 글이다.

지연이 희령으로 향하던 기분이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긴 긴 이야기.


그 긴 터널 끝에는 탁 트인 희령의 바다를 마주하길, 그 바다의 파도가 서른두 살의 나와 지연의 마음을 씻겨 내주길 바라며...


1:00 am 늦은 밤에 <밝은 밤>의 짧은 감상을 마친다.




최은영 저, <밝은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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