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이 울린다, 천선란 저 <나인>

모두 망각한다. 우리도 우주 행성 중 하나에 기생하는 외계인임을.

by 정정

천선란 저, <나인> 완독, 그리고 읽으면서 적어둔 주저리.



천선란 저, <나인> 중에서.


완독을 행해 다다른 시점에서

이 책은 줄곧 경고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것도 다방면에서.

수많은 경고등을 끊임없이 울리게 한다.


처음엔, 초반을 읽을 땐

그저 창문 너머로 들리는 구급차-소방차, 경찰차 등의 그런 사이렌 소리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영역과 나의 세상과 내 삶의 범위 밖의 무심히 지나칠 일상의 소음 중 하나.

하지만 그 소음이 끊임없이 울리며 다가온다.

그리고 외친다. 내 영역과 내 삶과 내 이야기 속으로 사뿐히 침범하면서,


이 사이렌은 내 안에서 울리고 있었음을.

어쩌면, 나도 권도현처럼 세상의 경고와 지구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고 귀를 닫고 흐린 눈을 하다, 내 속의 나의 이야기도 듣지 못해 나 자신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우는 외계인을 믿었다. 원우가 믿었던 그 존재의 역사의 한편에서 지구가 얼핏 보이는 것은 마냥 무시할 게 못 되는 현실임을 직시해야겠지.


11월 10일에서 11일 넘어가는 00:10 am






천선란 저, <나인>의 마지막 페이지.


거의 일주일 만에 다 읽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내심 티(?)를 내지 않았지만 ‘주말을 포함해서 이번 주까지 다 읽어야지’ 하는, 나름대로의 미션이라면 미션이라 할 수 있고 욕심이라 하면 욕심이라 할 수 있는 고런 마음이 있었다.


<나인>은 나에게 있어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채로 입꼬리를 귀에 걸어 씨익 웃으며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아이와 같았다. 입꼬리를 최대로 올려 웃어서 광대가 한껏 치솟아 붉게 물들어 있는 장난꾸러기. 그 장난기(?)가 어찌나 심한지 책장을 넘기기가 무서워 주춤하게 만들었다.


책장을 넘기기를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이북 리더기 속 책장 목록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나인>을 읽는 내내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인 순간이었다. 주춤주춤- 책 한 페이지를 읽고 멈추기를 반복하다가도, 짬이 나면 곧장 이북 리더기를 켜게 만들었다.

또는 몇 페이지를 후루룩 읽다가도 읽기를 멈추고 시선을 책 밖으로 돌리며 무언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주변을 볼 때도 있었고 휘몰아치는 이야기에 숨을 돌리는 때도 있었다. 나는 나인과 같은 이가 아니기에.

한 템포씩 내 속도, 내 박자에 맞춰 틈틈이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야기였다.

내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엇이든 소화를 시키든 추스르든, 시간이 필요한 책.


그럼에도 결국 <나인>이 나를 이겼다. 일주일이라는 나만의 미션을 품고 <나인> 완독이라는 대결에서 직장인인 내가 평일 5일 안에 완독을 해버린 것이니까.

이겼다.


책은 잘 읽었다. 끝을 향해 달릴수록 권선징악을 보여주길 바라며 읽었고 (역시 클리셰는 재밌어) 요즘 들어 꽉 막힌 결말을 선호하는 내게 대체로 흡족한 끝 맛을 선사해 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천선란 작가의 책은 두 번째 작품이었는데 다음 작품 읽기를 기약하며 이만 이상한 주저리는 마치기로 하자.


2022년 11월 11일 빼빼로 대신 완독을 한, 저녁 어느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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