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전체를 울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승무원 스무 명을 한 번에 깨울 만큼 엄청난 소리였다. 쿵, 하는 그런 류의 자연적인 소리가 아닌, 삑삑 거리는 스피커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소리라는 점이 달랐을 뿐, 모두가 놀라게 되는 그런 종류인 것은 틀림없었다.
잠시 요란한 소리를 내던 스피커는 탁탁, 하는 모닥불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경보를 멈췄고 곧 민우의 목소리가 우주선 전체에 울려 퍼졌다.
"아, 아, 모든 승무원들은 회의실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민우는 대장이다. 어떤 조직이든 위계질서만이라도 자발적으로 잘 지켜지면 그 조직은 잘 굴러가는 법이다. 민우도 자신의 권한을 남용한 적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그 권한에 대해 의문을 표한 적이 없었다.
우리 우주선은 목적지까지 3년이 남았다. 하이퍼 어쩌고 하는 기술을 사용하지만 그 원리는 모른다. 다만 기계적으로 가속도를 버티고, 멈출 때 멈추고, 새로운 좌표가 필요할 때 회의를 열어 머리를 맞대는 몇 번의 과정만 거치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 우주선의 목적은 식민지 행성으로의 생필품 전달이다. 점점 필요가 없어지는 추세인 지구산 생필품. 이제 우리가 가는 행성도 거의 지구화되었고 기계 몇 가지를 들여놓은 이후로는 지구에서 파일만 받으면 웬만한 건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행성에서 석유를 발견한 것이 모든 것을 앞당겼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먹던 초코바를 들고 터벅터벅 회의실로 향했다. 식당에서 모이면 좋을 텐데. 회의실은 불편하고 모든 것이 녹화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다르게 생각하면 어쩌면 녹화가 필요한 공식적인 일인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부담을 한 꺼풀 더 얹어주었다.
회의실에 도착하니 나만 빼고 모두 도착해 있었다. 내가 채 앉기도 전에 민우가 말했다.
"자 여기 화면을 보세요."
응?
한눈에 보아도 화면에 있는 선이 이상하다. 우리가 원래 이동하기로 한 경로가 아니었다. 우리가 가는 경로는 사인파처럼 구불구불하다. 항성들을 가까이 지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중간에 휘어졌다기보다는 꺾여 있는 것에 가까운 부분이 있었다.
"저게 뭔가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지영이 물었다.
"저 부분 때문에 오늘 모인 건 아닙니다. 저 부분은 혜성이 발견되어 충돌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순간적으로 경로를 수정한 겁니다. 그리고 그 수정한 경로에서 원래의 경로로 돌아가는 길에 지금 우리가 있습니다."
민우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경로가 전체적으로 보면 원래의 경로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꺾인 부분 때문에 튕겨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구간이 있으나 지금은 많이 돌아온 상태였다.
"지금 위험한 구간이 무사히 지나가서 그 내용을 전달하는 회의입니까?"
내가 물었다. 충돌했을 때 위험했을 정도의 커다란 혜성이었다면 마땅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그러나 민우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지금 우리는 잠시 정지할 겁니다. 이런 걸 찾았거든요."
민우가 딸깍 하고 키를 누르자 화면이 정글로 바뀌었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다시 민우를 보았다. 나뿐만이 아니고 모두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계속 미소만 짓던 민우가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 바로 오른쪽에 있는 행성입니다. 거의 인류가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 만한 환경입니다. 중력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비슷합니다. 지금 추측으로는 가장자리의 화성 같은 저 행성과 공전주기가 비슷해서 망원경 분석으로는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몰랐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새로운 정착지가 생겼다는 뜻이고, 그 발견자가 우리 팀이라는 뜻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럼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다들 눈알만 굴리고 있는 것을 본 민우가 다시 말했다.
"보너스라도 받겠지요! 우리 팀 중 누군가의 이름을 딴 대륙도 생길 거고요. 지금 바다로 예상되는 것도 육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착륙할 건가요?" 누군가 물었다.
"아직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착륙하더라도 우리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토양샘플 분석 같은 건 우주선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으니 가능할 수도 있지요. 혹은 우리 공식 정착지에 어떤 세균을 퍼뜨릴지 모르니 그냥 지나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지구로 정보를 전송했는데, 한 시간 반은 지나야 응답이 도착할 겁니다. 그러면 저녁은 되어야 받을 것 같네요."
"그런 건 그냥 공지해도 될 텐데 굳이 모이라고 한 이유가 뭡니까? 회의 장면을 녹화할 필요가 있던 겁니까?"
지영이 묻자 민우가 잠시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축하할 일이 생겼으니 오늘 점심은 특식으로 하려고요. 아시죠? 여섯 끼만 들어있는 특식. 메뉴를 정하지요. 투표로 합시다. 경양식, 한정식, 중식이 있습니다. 거수로 할까요?"
영수가 말했다.
"아니, 첫 번째 특식부터 명분이 이렇게 거창하면 나머지 특식은 못 먹는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