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꿈속에서 나는 대학생이었다. 혼자 영화와 공연을 보고 기사를 쓰듯 블로그에 후가를 올리는 것이 취미였다.
어느 날 영화를 보았는데 주인공이 악당이었다. 악당은 악마 분장을 하고 녹색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자들을 총으로 사살하고 다녔다. 악역은 김혜수 씨가 맡았고 악마 분장은 배트맨의 캣우먼처럼 달라붙는 가죽이지만 녹색으로 물들인 의상에 망토를 걸치고 머리에는 말리피션트와 같은 모습의 뿔 달린 모자를 썼는데, 뿔과 머리에 달라붙는 부분은 튜브로 된 조명으로 밝게 빛났다. 온몸에 딱 맞게 달라붙은 가죽 옷을 입고 싸운다면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을까 싶었지만 한국 배경에 길거리에서 총을 쏘고 다니는 것도 사실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이긴 했다.
네온사인처럼 뿔과 머리 부분이 녹색으로 환해지고 두 눈과 초록색이 달라붙는 의상도 초록색으로 반짝거렸다. 어둠 속에서 김혜수 씨의 웃음소리에 범죄자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뿔에 녹색 불이 들어올 때 화면 속 범죄자들의 심각한 표정과는 달리 거의 모든 관객들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신들린 연기에 곧 빠져들고 말았다. 워낙 의상이 충격적이었어서 세세한 영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극장에서 나오면서 신파극으로 흘러가지 않아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결말을 말하자면, 주인공이 고위직에 인맥이 있어서 사건을 묻어주는 대가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는데, 김혜수 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커다란 모자를 쓰고 미국행 대한항공 비행기표를 들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이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