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꿈이야기

신고번호 163

꿈 이야기

by 루펠 Rup L

꿈에서 어떤 계기인지 알 수 없이 혼자 높은 산에 올라갔는데, 조금씩 가랑비가 오기 시작했다. 별로 빗줄기가 굵지 않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 안전문자가 왔다. 산 위쪽으로 비가 세차게 오고 있어 냇가가 범람할 수 있으니 절대로 물 근처에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산길에도 물줄기가 여기저기 제법 규모 있게 생기고 있었다. 내리막을 따라 물이 여기저기를 마구잡이로 흐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저 아래 작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가파른 경사에 작은 표지판이 꽂혀 있었는데, <범람위험 신고 163>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아직 산에 있니?"
어머니였다.
"네, 이제 내려가려고요. 여긴 비가 많이 안 오는데 상류 쪽이 많이 오는지 산길로도 물줄기가 막 내려오네요."
"거기 혹시 홍수 신고 같은 거 하라고 쓰여 있는 거 있어?"
"네, 안 그래도 신고하고 내려가려고요."
"아니, 지금 뉴스가 나오는데, 거기 번호가 잘못돼 있어서 말이 많은가 봐."
"범람신고 163이라고 돼있어요."
"응, 근데 그 번호 아니니까 신고한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일단 내려와."
"이게 아니라고요? 산림청이라고 쓰여 있는데..."
"응, 인쇄가 잘못됐는데 그냥 설치했다나 봐. 지금 팻말에 쓰여 있는 게 불륜신고번호래."
"간첩도 아니고 불륜을 신고하는 번호가 있어요? 그리고 그걸 접수하는 기관이 있다고요?"
"아니, 정부 기관이 아니고. 그래서 거기가 그냥 민간 기관인데 홍수 날 것 같다고 전화 폭탄이 와서 항의하고 있대."
"알겠어요. 일단 내려갈게요."
"걱정되니까 도로까지 내려오면 다시 전화해."
"네."
산길과 길이 아닌 나무 사이를 헤집고 무조건 아래를 향했다. 간혹 멧돼지나 고라니가 근처에 보이기는 했지만 모두 나와 반대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산꼭대기가 안전하니 니름 피신하는 거겠지.

크게 가로지르는 도로로 나오자 소방차와 구급차가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외쳤다.

"선생님, 일행 있으세요?"

"아니요, 저는 혼잡니다!"

"어서 타세요!"

구급차에 올라타고 얌전히 손잡이를 붙잡았다. 무전을 정신없이 주고받은 대원은 더 이상 태울 사람이 없는지 그대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껍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