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갈 때는 주로 혼자 가지만, 항상 처음부터 서점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건 아니다. 딸아이와 나갈 일이 있어 밖으로 나온 김에 서점에 들르는 일도 있고, 마트에 갔다가 새로 나왔다는 책이 궁금해서 들를 때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책을 구입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구입할까 하는 책이 있어서 간다고 해서 반드시 그 책을 구입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주에 서점에 갔을 때는 딸아이를 따라 중고등학생 문제집 코너를 돌아보았다. 중학 교재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어 한두 권만 들춰 보고 금방 손을 떼었다. 예전보다 종이 질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부드러운 코팅지여서 쉽게 구겨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새 책을 구입했는데 여기저기 구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고등학교 수능 문제집 코너는 아직 고등학교 시절이 생생해서인지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비법이 담겨 있을 것처럼 그럴듯한 표지 구성, 그 안의 잘 정리된 내용만 외우면 무슨 문제든 다 풀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시각적 구성들. 내가 고등학교 때 보던 수능 문제집들이 생각났다. 나는 언어 영역은 따로 공부하지 않고 매일 다섯 개의 지문만 풀었는데, 두산동아에서 나왔던 하얀 표지의 '차오름' 시리즈였다. 2년 내내 그 한 권만 반복해서 풀었더니 종이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지만 졸업할 때 보니 종이들이 다 낡아 있었다. 그 외의 과목은 그냥 닥치는 대로 문제만 풀었던 것 같다.
정기구독 학습지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에이플러스>, <총력테스트>, <블랙박스>, <카스> 정도이고, 특히 블랙박스와 카스의 경우에는 표지부터 정말 무슨 비법을 담고 있을 것처럼 생겼지만 우리 반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지금도 간결하면서 강력한 검정 표지로 된 문제집이 눈에 띄었지만 굳이 펴보지는 않았다. 시대는 흐르지만 절박함에 눈에 띄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지점일 테니 지금도 디자인을 보고 구입한 학생들이 많겠지.
문제집을 펼치면 새 문제짐의 냄새가 난다. 소설과 다른 문제집만의 냄새, 실용의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