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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pina Aug 10. 2020

용기를 내어요

포장 음식 시킬 때 용기 가져가기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은 좀 꺼려지는 시기입니다. 도쿄에서 귀국 한 뒤로도 누구를 만나는 약속을 잡는 것이 왠지 꺼려졌었는데요. 그래도 귀국한 지 2달이 되어가도록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오랜만에 집으로 중학교 동창 친구들을 초대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손쉽게 배달 음식을 시켰을 텐데 #PlasticFreeJuly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던 터라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올 배달 음식은 일찌감치 포기. 대안을 찾던 중, 10대를 보낸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은 저뿐이라 그럼 그때 그 시절 여고 앞 떡볶이를 집에서 해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집에 있는 해물찜을 포장해와 먹고 잘 씻어 둔 넓은 원형 그릇과 작은 플라스틱 용기를 가지고 즉석 떡볶이집으로 향했죠.


"포장을 해갈 건데, 이 용기에 담아주시고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라며 용기들을 건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달걀은 물기가 있어서"

"야끼만두에 물기가 닿으면 눅눅해지니까"

"소스가 흐르면 어떡해"

라는 말씀을 하시며 결국 몇 장의 비닐팩을 뜯어내시더라고요. 


극구 사장님을 말리며 물기 있어도 되니 그냥 다 한 곳에 넣어주시고, 뜯어낸 비닐팩은 깨끗하게 보관하시어 다음 포장 손님에게 사용해 달라고 하며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포장해 온 즉석떡볶이 재료를 넣고 집에서 아주 간편하게 여고시절 그 여고 앞 즉석떡볶이를 친구들과 뚝딱 맛있게 해 먹었죠. 친구들과 떡볶이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나누면서 말이죠. 친구들은 하나같이 요즘에 배달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플라스틱이 처치 곤란이었는데, 제가 한 용기내기를 꼭 해보겠다고 합니다. 유난스럽다는 말 대신에 나도 해보겠다는 말은 항상 저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는데요. 친구들 한 두 명, 주변 지인들 한 두 명 이렇게 조금씩 사람들이 용기내기를 한다면, 음식점 사장님들도 서둘러 비닐팩을 쓴다거나 다른 플라스틱 용기를 먼저 사용해버리는 것은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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