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똥욕심
발을 디디려다 식겁했다. 거실 바닥이 수족관이더라. 금빛 물고기가 느릿느릿 발 아래 헤엄치더라. 회장 양반은 실실 웃으며 '아로와나야, 흔히 금룡어라 부르지' 자랑스레 말했지만 회를 떠도 맛은 없어 보였다. 강남 졸부 취향이 부럽진 않았다.
아페리티프와 에피타이저까진 알겠는데 나이프가 너무 많더라. 전채, 샐러드, 생선만으로도 충분하건만 쇠고기가 나온 뒤의 닭고기는 어인 일이냐. 프랑스식 파인다이닝이라 쉼없이 음식이 나오는데 버터, 올리브, 크림, 치즈의 향연. 촌놈에겐 과한 식사였으되 식사가 끝난 뒤 혼자 역삼동 북어찜을 먹으러 갔다.
사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 있는 집이라고 하루 네끼 먹진 않을 터. 그러니까 있는 집들은 없는 집들도 다 같이 세끼 먹는 일이 억울했던 게지. 비행기를 돌려세우고, 죽은 아비를 죽었다 말도 안하고, 꼬맹이가 어른더러 버르장머리 없다질 않나 하다못해 자식이 어미더러 도둑년이라 몰아세우는 일 모두가 자기들 먹는 한끼는 특별하단 걸 알아달란 건데 미안하지만 내 알 바 아니지. 내 몫의 생도 버거운데 남의 한끼가 부러울 게 뭐야.
그랬는데 부럽더라. 저 산같은 거름. 저 거대한 똥더미 좀 보라지. 온 밭이 시커멓도록 뿌릴 수 있다면. 감자농사에는 그저 소똥인데. 옥수수가 마다할까. 부러워라. 금룡어 말고 저 똥. 푸아그라 말고 저 똥. 아아, 비루한 나의 이 똥욕심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