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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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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스넷 Mar 15. 2024

어른으로서 엄마가 미안해

큰 아들에게 전할 말

막내를 데려오기 위해

로션을 바르다 문득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첫애라 모든 게 서툴었던 엄마,

불현듯 첫째가 5살 때,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며 온몸으로 표현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때 왜 나는 CCTV를 확인할 생각을 못했을까.

선생님에게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 줄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했을까.


그 해, 어린이집 체육대회에서

내 옆에 앉아 있는 첫째를

조심스레 손잡아  끌고

참여시키려던 담임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순간의 찰나였지만,

엄마인 내 눈에는 보였다.

선생님이 손을 잡자마자

순간 긴장했던 첫째의 표정


사진 속에서 어색하게 웃고

카메라가 아닌 줄곧 다른 곳을

향했던 너의 시선.


그다음 해, 그 담임이 원을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아이와 선생님이 잘 안 맞았다는 걸.


아이의 마음과 감정을 알기위해

내가 더 다가가지 못했음을..




올해, 중학교에 올라간 아들.


집에 오면

뜬금없을 수도 있으나,

이야기하련다.

아니, 사과하련다.


"아들아, 어른의 행동으로 인해서

네가 속상하거나 슬픈 일이 있었다면

어른으로서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


깊이 숨겨놓거나 봉인해 버린

슬픔이 있었다면, 다 풀어 날려버리길.


연유는 없어.

생각이 안나도 괜찮아.

몰라도 괜찮아.

그저 의식과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네 슬픔이 풀리고 날아가면 되니까.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하루에 5번



2024.3.15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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