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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스넷 Nov 18. 2024

8살에 하고픈게 너무 많은 막내

난(놈 키우는)중 일기

이런 글을 쓴다는 자체가 자폭이자, 팀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이유는 증거?를 남기기 위함이다.

나중에 아들내미 여자 친구이나 며느리에게 폭로용이다.



 8살 막내의 호기심은 상상이상이다.

꽂히면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건 나를 닮았고, 그 직성을 고집으로 무장시켜 꺽지 않는 것은 딱 아빠를 닮았다.


나중에 크면 뭐라도 크게 할 것 같은 녀석이지만,

지금만큼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녀석이다.


2024년 11월 11일 학교 다녀와서는 갑자기 플립으로 폰을 바꿔달란다.

이유를 물으니 반 친구 누구가 플립으로 바꿨다고  자신도 바꿔야겠단다.

포켓몬 키즈폰 쓰는 주제에?? 나도 못써본 플립으로 바꿔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니 기가 찰노릇이다.

학교만 갔다 오면 바꿔달라고 노래의 노래를 부른다.

말이 노래지, 거의 징징거림의 최고다.


화도 내고, 현실적으로 이야기도 해보고, 커피숍에 둘이 앉아 설득도 해봤다.

그때뿐.

그다음 날 자고 있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엄마, 그냥 플립 해야겠어. "



2024년 11월 18일 월요일

 며칠 전부터 쇼츠에 나와 있는 음식, 간식은 다 먹어보고 싶단다.

쇼츠 보다가 나를 부르면,

또 시작이다 생각이 든다.

어제는 나쵸 치즈맛, 도리 토스를 사달라고 맛보고 싶다며 나름 정당성을 부여한다.

혼날까 봐, 설득하려는 노력이 가상할 뿐이다.


알겠다 하고 그다음 날인, 오늘 하교 후에 편의점에 가서 사 왔는데

몇 개 먹더니 지 입맛에 안 맞는 단다.


'썅...' 물론 속으로 외쳤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부른다.

"왜 또 왜 또~" 자동적으로 방어기제가 펼쳐진다.


째려보는 막내.


귀를 뚫고  싶단다.


'하....................'


7살 때부터, 염색하고 싶다, 렌즈 껴보고 싶다. 이 녀석이 진짜 커서 뭐가 될 건가..

이 취향과 기질을 직업으로 연결을 어떻게 시켜줄까 하고 내 머릿속은 풀가동이다.

20살 되면 위험한 거 빼고 하고 싶은데로 다 하라고 하지만,  이 녀석에겐 아직 먼 얘기다.


유튜브로 귀 뚫는 영상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다.

귀는 총으로 뚫는다, 아프다, 한번 뚫고 안 하면 막힌다. 다시 뚫으려면 더 아프다 등등

나중엔 거짓말까지 보탠다.


결국은 귀걸이 파는 사장님한테 물어보고 되면 하고, 안되면 20살 때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나는 내일 귀 뚫어주는 곳을 알아보고 사장님에게 작당모의를 해야 할 판이다.




오늘도 막내 덕분에 버라이어티 하다.

요즘 몸이 고된지, 혈압이 오른다.

이 녀석이 하고 싶다는 걸 다 해주고 싶다.

하고 핀 걸 이루고 난 뒤 너의 그 환한 웃음은 정말 모든 걸 사르르 녹인다.

그저 난 아들을 위해 나의 여력을 더욱더 키워야겠다는 게 나의 오늘 하루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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