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언제나 낭만적이다. 예매 방식도, 기차 내부도 최첨단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기차! 하면 낭만적인 느낌부터 든다. 속도가 느릴수록 더욱. 교통체증없이, 클락숀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일정 속도로 달리며 바라보는 창 밖의 풍경. 그것만으로도 일상의 짐들을 잊을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지 않은가! 멜크행 기차를
타고 비엔나 근교의 시골 풍경을 본다. 꽃이 피어있는 봄이나 초록이 우거진 여름, 낙엽이 장관일 가을과는 달리 앙상한 나뭇가지와 옅은 흙색만 남아있는 넓은 평야의 모습이 자칫 스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굿데이~ 눈이 펑펑 쏟아지며 대단한 설경을 만든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과 동화 속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에 눈호강, 마음호강을 하다가 도착한 곳은 멜크수도원.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다뉴브강과 해리포터의 호그와트가 연상되는 도서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며칠 전 즉흥적으로 예약해 둔 OBB 기차를 타고 이른 아침 출발, 도착하니 곧 가이드투어가 시작이란다. 겨울철에는 가이드투어를 신청하지 않으면 내부를 볼 수 없기에 스물다섯 살의 잘생긴 청년 베네딕트의 안내에 따라 내부 관람을 시작했다. 알아듣지 못할 영어가이드 투어였지만 은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성 안의 공간을 마치 어드벤처영화의 장면들을 보듯 넘치는 벅참으로 돌아다녔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가이드의 말에 적극 동감했다. 1시간의 투어를 마치고 기차 시간에 쫓겨 다시 멜크반호프로 내려오는데 눈발이 더 거세진다. 추위도 느껴져 언니는 커피를 뽑이 마시고 난 미리 타 가지고 간 차를 마시며 비엔나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KTX보다 훨씬 더 큰 창문을 달고 내달리는 기차의 창 밖은 눈세상이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멜크수도원의 장관을 되돌아보고, 비엔나에 온 이후 가장 많은 눈을 본 것 같은 오늘을 돌아보다보니 조금 노곤해지는데… 비엔나에 가까와온다. 그런데 이게 왠일! 햇빛은 쨍쨍이고 눈은 온 데 간데없다. 우리나라보다 작은 면적인 이 곳도 도시 하나 넘으니 날씨가 이렇게도 다르다. 사람 사는 거,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거지
*웨스트반호프 (멜크 행)- 멜크반호프-도보로 멜크 수도원-내부 관람-멜크반호프-웨스트반호프-이케아-낙원-숙서 (저녁:로제떡볶이, 제육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