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일

맑은 물은 언제나 설렌다

by 힐링작업소

언제부턴가 제주에 오면 바닷물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바다를 감상할 뿐이다. 바닷가에 가서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그지 않는 이유는 쓰레기 때문이다. 청록보다는 연두에 가까운, 사람으로 치자면 뽀얀 피부에 빨간 입술을 한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제주 바다 그 해변에는 누군가 버린 페트병, 음료수 캔, 과자 봉지.. 이런 것들이 눈에 보였다. 심지어 바닷물 위로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제주 바다를 가까이서 보는 게 내키지 않았다. 또한 함부로 경관을 해쳐도 무방한 작자들의 흔적에 섞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몇 년 간은 바다보다는 오름을 택하고 있다.


렌터카를 반납하고 뚜벅이 신세가 된 오늘, 동네 마실이나 가야지 했던 것이 어떻게 성산일출봉 부근까지 가게 되었다. 걷다가 지쳐 마침 시간 맞춰 오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또 걷고 그러다 가게 된 곳. 광치기 해변이다. 제주의 이름난 월정, 김녕, 함덕, 모슬포, 애월, 이호테우 뭐 이런 이름에만 익숙했던 나에게 매우 생소하고도 신선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진짜 생소하고 신선했던 건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해변의 컨디션이었다. 바닷물은 마치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산속 계곡물처럼 맑디 맑았고, 모래사장 주변 어디에도 버려진 페트병, 음료수 캔, 과자 봉지 따위는 없었다. 또한 바닷물에 들어가는 사람도 없이 감상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으며 그것만으로도 발등마저 타는 듯한 더위를 뚫고 찾아든 보람이 있었다.


나는 바란다. 부디 제주를 찾는 이들이여. 제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면 으레 첫 번째로 떠올라는 소중한 우리의 섬이 아닐는지요.


봐주기 힘든 흉물, 편리함과 안일함에 무심코 버린 쓰레기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널브러져 있는 제주 바닷가 쓰레기를 보고 그것이 못내 마음 아파 다시는 바닷가 근처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우리도 살아가면서 무심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마무리-제주에 와서 플로깅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실현은 언제쯤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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