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지를 찾아서
“아, 얘들 좀 데리고 어디 좀 가 있을래?”
아이들이 9살이 되니 잔디밭 잡초처럼 다듬어지지 않고 무성하게만 자라나는 그들의 자아에 남편은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가고 있었다. 쌍둥이다 보니 똑같은 놈 둘이서 해결되지 않는 무논리의 싸움과 억지, 그리고 주체하지 못하는 체력으로 늙은? 엄마 아빠를 압박해 오길 시작했다.
그날이었다. 유난히 아빠와 아이들의 갈등이 폭발했던 그날..
냉장고에 딱 하나 있던 맥주 500ml 한 캔을 원샷으로 목구멍에 부어버리고 핸드폰으로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름 한때, 웃기는 이야기지만 ‘여행 쪽 일도 하고 강의도 하고,.. 했던 사람인데. 내가..’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여행지 및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Tip: 아무리 좋고 멋있는 숙소라 할지라도 머무는 사람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최악의 숙소로 기억될 것이다. 아이들과 머무는데 세상과 동 떨어진 한적한 곳이라면?
좋은 여행은 잘 자야 한다. ^^
<이번 여행에 있어 고려사항>
1. 너무 낯선 곳이어도 안된다.
2. 편도 150km가 넘어도 안된다.
3. 아이들이 있으니 병원, 약국, 마트 등 편의시설이 가까워야 한다.
4. 가장 중요한.. 비싸면 안 된다. (신랑 몰래 저지른 것이라서.. )
여행지는 춘천으로 결정했다. 여러 번 다녀왔던 경험도 있고, 다행히 130km 이내고, 강촌 스키장이랑도 그리 멀지 않아서 스키, 눈썰매 등 겨울여행 체험에도 제격이었다. 그럼 숙손데…
리조트는 만실, 펜션은 (아니, 펜션은 뭐? 연인들만 가는 곳인가? 죄다 커플룸이고 왜 욕조가 방안에 있고, 절대 저렴하지 않고, ) 호텔? 그 지역은 마땅한 호텔도 없다.
에어비엔비를 검색해 보았다.
“어디든 상관없이 떠나고 싶을 때 에어비앤비가 도와드립니다. “
홧김에 급히 마신 맥주에 이 소개 문구를 보니 울컥했다. 도와준다는 말에. 솔직히 막막했는데.. ㅋㅋㅋ
내가 어디를 무엇을 보고 왜 예약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예약 확정 메시지가 와 있었다. 5박 6일의 긴 시간을, 카드 승인 메시지도 함께.. ㅜㅜ
눈을 비비고 예약 내역을 살펴봤는데 그래도 어설프지는 않았다.
1. 스키장까지는 차로 30분 거리. 딱 좋다.
2. 숙소 옆에 대학병원이 있다. (권역 응급실까지 갖춰진) , 당연히 약국도 많고
3. 일반 아파트 단지라서 주변에 마트, 식당 등 편의시설이 다양했다.
4. TV가 없다. (위풍당당하게 TV 없는 곳을 골랐는데.. )
5. 방이 3개다, ( 화나면 잠시 도망갈 곳이 있어 좋다)
6. 세탁기가 있다. (아이들이 있으면 빨래가 너무 많다..ㅋㅋ)
7. 리조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예어 비엔비는 다른 숙박시설과 조금 달라 예약 시 유의사항을 반드시 잘 살펴보아야 한다.
1. 숙박료 이외에 청소비, 서비스 수수료, 숙박 시 등 기타 비용이 추가로 든다.
2. 해외 승인으로 된다.
3. 환불정책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4. 셀프 체크인-아웃이므로 앱에서 메시지를 잘 체크해야 한다.
5. 말 그대로 숙박 공유이므로 호텔, 리조트, 기타 숙박시설과는 조금 다르다.
이렇게 나의 여행을 도와준? 고마운 에비친구와 함께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