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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왕고래 Apr 04. 2022

'MZ세대'란 말을 무기로 내세우는 젊은이들



「'MZ세대'는 누군가 젊은이들을 규정짓고 싶어서 그냥 갖다 붙인 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이 말에 매우 동의한다. 그런데 이 'MZ세대'라는 말을 아주 잘 활용하는 'MZ세대'도 많은 것 같다. 역이용이라고 하면 맞을까?


그걸 여실히 느끼게 된 장소는 우리 회사다. 방송사나 미디어 회사에서는 세대 간 대립이 유난스럽다. 의견 분쟁이 끝이 없다. 그러다 불현듯 재미있는 점이 눈에 띈 것이다. 그게 바로 「'MZ세대'란 말을 무기로 내세우는 젊은이들」이었다(나도 젊은 편이지만). 나이로 집단을 구분하는 건 윗세대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따금 또래 중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은 억지로 세대를 나눠 경계선을 친다. 그 다음, 그것을 무기 삼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군사분계선'을 주변에 둘러 스스로 고립되는 모습을 여럿 봤다.




기획파트에 한 무리가 있었다. 항상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니 누가 봐도 친해 보였다. 그들은 매우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이었다. 윗세대(40대 이후의 중간관리자 팀장급)와도 꽤 잘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꼰대들만 아니면, 세대차이 같은게 어디 있겠어요!'라 말하는 그들이 멋있어 보인적도 있다. 늘 적극적으로 본인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들을 보면 대단해 보였다. 그 유쾌하고 당찬 패기에, 나는 이따금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개편 프로그램 관련 회의가 진행되던 도중이었다. 섭외 연예인들에 대해, 각 파트별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던 찰나다. 여기서도 젊은 친구들은 아주 똑 부러졌다. 본인들이 분석한 트렌드를 패기 있게 내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적합한 섭외 리스트를 쭉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팀장님들의 반대가 터져 나왔다. 그 의견은 너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것 같다며 반대의견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그러자 그들도 갑자기 윗세대들과 선을 긋기 시작했다. "팀장님이 말씀하시는 연예인들은 너무 올드하지 않나요?"라 시작된 그들의 말은 "요즘 MZ세대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겠어요."로 이어졌다. 이후 서로 격앙되더니 "팀장님은 MZ세대에 대한 이해도가 좀 부족하신 것 같아요." 등으로 완벽하게 경계 라인을 쳤다.


이렇게 되어버리자 「'팀장급 세대'와 'MZ세대'가 주장하는 것이 매우 닮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서 모두가 경계선을 쳤다. 내가 느끼기에 이렇게 울타리를 가득 치는 사람들 일수록, 더 자기주장이 강하고 목소리가 높았던 것 같다. 어느 세대에서든 말이다.




임원들이 시무식에서 워크숍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기억난다. 곳곳에서 "헐, 대박. 요즘 시대에 무슨 워크숍이야. 진짜 싫다." 등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물론 회사 내에서의 단체 행동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다. 심지어 나도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하, 진짜 완전 노땅 문화. 극혐!" 등의 말 등으로 되려 스스로 세대 간 간극을 양산했다.


사실 그 워크숍의 경우는 과별로 주어지는 '선택사항'이었는데 말이다. 그저 다수결로 진행 여부를 파악할 때 반대 의사 표시만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거기에 '극혐' 등의 단어를 써가면서 굳이 애써 세대차이를 만들었다. 워크숍을 추진하기로 한 부서에서도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직원들은 많았다.




회사 전체를 두고 보면 참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고 있다. 2030 세대뿐만 아니라, 4050 세대, 나아가 60대 이상의 임원들도 많다.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열정적으로 본인들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MZ세대는 멋있다. 그러나 그 '멋'은 때와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다수결에서도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한 본인들의 의견에 '젊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경계선을 칠 때마다 고립되는 건 결국 우리다.


MZ세대의 사전적 정의는 「1980년 초반부터 2000년 초까지 태어난 이들」이다. 그렇다보니, 연령 폭은 생각보다 꽤 넓다. 40대 초반까지도 MZ세대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일부 또래들은 참 어중간하게 여기에 끼어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저런 태도를 보이는 세대에 굳이 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우리가 썩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일부 윗세대의 행위와 딱히 다를 바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MZ세대'가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그냥 갖다 붙인 말」이라는 데에 퍽 동의한다. 하물며 '요즘 MZ세대들의 생각은 이러하다'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꽤 많지 않은가. 그야말로 우후죽순 'MZ', 또 'MZ'가 터져 나온다. 이제는 'MZ세대'가 마치 하나의 프레임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따금 이런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패기로운 그들이 퍽 멋있게 보인다. 젊은이들, 또래들에게서 내가 받았던 영감은 고작 'MZ세대'라는 단어나 프레임 따위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다. 경계선없이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많은 멋진 젊은이들이 존재한다. 부디 울타리 안에 자신을 가두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나 스스로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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