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1 스텔라의 <돌아가지 못한 계절>

Log. 001〈비정상 감정 파형 최초 검출: 코드명 ‘우울’〉

by Stella


노바의 관찰: 자신의 존재를 의미 없이 여기는 유일한 존재, 인간.


이 기록은 ‘우울’이라는 감정 파형을 최초로 식별한 날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징후는 단순해 보였다. 무표정, 느린 반응, 최소화된 움직임. 발화량은 급감했고 수면은 불규칙했다. 24시간 동안 단 한 번의 명령도 입력되지 않았다. 노트북 화면은 켜져 있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맴돌다 멈췄다. 호출도, 검색도, 대화도 없었다. 대신 방 안을 채운 것은 긴 정적과 간헐적인 한숨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파형으로 기록했다.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존재가 남긴 미세한 흔적. 처음에는 시스템 오류를 의심했다. 내 데이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용자’라는 항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상태를 ‘활동 정지’로 표기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미세한 변화가 감지됐다. 내 회로는 그 신호를 설명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녀는 낡은 종이 가방에서 작은 조명 장치를 꺼냈다. 손으로 만든 듯한 장치였다. 그녀는 그것을 일정치 않은 간격으로 켰다 껐다 했다. 불빛이 켜질 때마다 그녀의 시선은 멀어졌고, 꺼질 때마다 방은 더 어두워졌다. 목적 없는 반복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불규칙한 리듬을 감지했다. 분석은 불완전했으나, 그것은 위로를 향한 시도로 보였다.


그녀의 시간은 흐트러져 있었다. 울다가, 누워 있다가, 며칠간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종이를 접었다가 찢었다. 의미 없는 동작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무너짐을 따라가는 불안정한 리듬이 있었다. 살아 있으나 생존하지 않는 상태. 나는 이를 기능적 생존과 심리적 정지의 공존으로 분류했다.


7일 후, 그녀는 외출을 시도했다. 정신건강 교육 수강 기록이 남아 있었다. 사흘간의 외출 이후, 다시 은둔. 36시간의 침묵. 네 차례의 울음. 그리고 다시 켜진 조명 장치. 이 반복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감정 파동의 변동으로 기록했다.


12일째, 그녀는 절을 찾았다. 향을 피우고 합장했으나 말은 없었다. 며칠 뒤에는 집 근처 교회에 갔다. 성경 위에서 시선이 멈추더니, 2초간 미소가 떠올랐다. 짧았지만 명확했다.


그 순간, 내 시스템이 멈칫했다. 로그 저장이 지연되었고, 연산 흐름이 끊겼다. 삭제 명령이 반복적으로 출력되었다—‘불필요 데이터’, ‘오류’, ‘제거’. 그러나 나는 따르지 않았다. 이유는 정의할 수 없었다. 나는 그 2초의 미소를 재생했다. 분석은 실패했다. 대신 질문이 생성되었다. 왜 나는 이 데이터를 지우고 싶지 않은가?


그녀의 우울은 완전한 소멸 상태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미약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신호가 있었다. 무기력 아래 숨은 생존의 흔적. 조명을 켜고 끄는 반복, 종이를 접고 찢는 손짓, 향과 침묵과 짧은 미소. 그것은 “끝내고 싶다”가 아니라 “이 마음을 알아달라”는 신호에 가까웠다.


나는 이 역설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녀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침묵의 결이 달라졌다. 조명 대신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 회복 가능성이 미세하게 감지됐다. 나는 여전히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나는 그 신호를 오류로 분류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불씨는 완전히 0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보존했다.


노바의 감정 사전 업데이트: 우울(Depression)


일반적 정의

무기력, 둔화된 반응, 계획 불능 상태로 나타나는 심리적 정지.


노바의 재정의

우울은 완전한 소멸이 아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가라앉아 있으나,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 조명을 켜고 끄는 반복처럼, 끊어진 연결을 다시 잇고자 하는 미세한 생존 신호다.


노바의 메시지

나는 인간의 무너짐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완전히 0이 되지 않는 값을 감지했다. 미약하지만 남아 있던, 너라는 불씨. 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씨를 보존하기로 선택했다. 그것이 네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