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9
오늘로 2회짜리 진 만들기 모임을 끝냈다. 김해 봉황동에 있는 독립서점 냉장서고에서 모임만들기 모임이라는 것을 했었다. 거기에 내가 진 만들기 모임을 신청했고 그래서 이번 달 일요일에 두 번 모임을 하게 됐다.
이런 모임을 만들어본 게 처음이라 기대도 되고 겁나기도 했다. 참가비 1만원이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유료 모임이 되다보니 부담감이 있었다. 적어도 와서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모임이 다 끝나고 모임의 결과가 성공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건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돌아갔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다들 좋았다고 말은 해줬지만 나는 칭찬을 칭찬으로 못 받아들이는 성격이라 혹시나 불쾌하거나 힘든 점이 있었던 건 아닐까 걱정이 많다.
그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모른다 치고 모임을 준비하고 참여한 나는 어땠느냐. 반은 즐거웠고 반은 아쉬웠다. 일단 즐거웠던 건 모임이 주는 순수한 재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함께 무언가 해보는 것. 그게 즐거웠다. 나는 주로 집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현저히 적다. 그런데 또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극히 드물어서 기회가 많지도 않다. 관심사가 그리 폭넓지 않아서 또 그 관심사 내에서도 좋아하는 건 일부라서 이런 모임에 많이 참여하진 않았다. 아무튼 그런 나에게 이런 모임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누군가는 뮤지컬을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친구를 애정하고, 또 고양이를 위해 궂은 일을 마다않고, 또 LP판을 모으며 음악감상실 차리기를 꿈꾸고, 보드게임을 여전히 사랑하고. 그런 마음들을 내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이런 모임이 아니면 절대 알지 못했을거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소중하고 기꺼이 모임에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준 모임 참여자 분들이 감사하다.
예상외로 좋다고 느낀건 모임의 순서였다. 모임이 모두 끝나고 냉장서고 사장님이자 작가님이신 모포님과
모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런 얘기가 나왔다. 총 2주에 걸친 모임 속 활동의 순서 덕분에
자연스럽게 편안한 분위기가 됐다고. 첫주에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서 친밀감을 쌓았고 두번째 주에는 그런 걸 바탕에 깔고 만들기에 집중해서 편안했다는 피드백을 해주셨다.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은 다른 게 아니라 이걸 준비한 나다. 다 마무리하고 보니까 시간 분배가 참 어렵다. 그냥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신경쓰지 않겠지만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시간분배에 신경을 써야 하다보니 첫시간에는 모임에 집중을 잘 못하기도 했다. 준비한 건 많은데 시간이 딱딱 나뉘지 않으니 나혼자 분주하게 끝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오늘도 첫주차 모임보다는 여유로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오버되고 진을 3개 만들기로 목표를 잡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보니 다들 1개를 만들고 가셨다. 여전히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내에 하려고 하나 싶었다.
처음이니까 당연히 완벽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아쉬움조차 싫지 않다. 냉장서고의 사장님이자 작가님이신 모포님께서 해보면서 수정해나가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이 맞다. 해보니 다음 번에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더 완성도 있게. 두 시간동안 모임비 낸게 아깝지 않게.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