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 달 전, 다시 교사가 되어보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전공과는 무관한 일들을 해온 지 10년 만에 다시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해보겠다고. 그렇게 선언 후 내디딘 첫 발은 작년 말쯤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단기 강사 일을 한 것이었다. 일주일씩 대타로. 3주 일하고 또 방학 전 일주일동안 해서 총 4주.
그 후 해가 넘어갔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공고가 올라올 기간제를 기다리며 임용고시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씩 준비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강의와 스터디카페를 끊어 오전, 오후, 저녁 3시간씩 공부했다. 그러다 원했던 학교의 기간제에 서류를 냈다. 기대했는데 떨어졌다. 나에겐 기간제가 되는 게 중요했는데. 그게 올해 내 계획의 가장 큰 부분이었는데.
인생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서류 결과가 발표되던 날, 마침 스터디카페 4주권도 끝났다. 새로 4주권을 다시 연장을 해야 하나. 그 금액도 만만치 않은데. 지금은 벌이가 없는데. 그 순간 갈피를 잃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정초부터 길을 잃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기간제만 되면 교사 일을 하며 겸사겸사 일 병행으로 임용고시를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었다.
임용고시만 해볼 작정은 없었다. 10년 만에 전공으로 돌아온 것이기도 하고 아무 벌이 없이 일 년을 공부에만 몰두할 자신이 나에겐 없었다. 멀리 돌고 돌았기에 천천히 완만하게 부드럽게 착륙하고 싶었다. 허나 시작부터 나는 꼬꾸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경력도 없고 다른 곳을 기웃거리며 나이를 먹은 내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데 시작할 때는 전혀 실패를 생각하지 못했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어그러지고 난 다음 머리에는 막연한 고민들만 들어찼다. 어찌해야 할까. 나는 다시 부모님 집 한편 조그마한 내 방에 덩그러니 남았다.
몇 달 전, 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5년 동안 했는데 서서히 일감이 줄었고 세상의 변화에 위기를 느껴 직종 변환을 시도했다. 그렇게 아주 잠깐 전공의 길을 다시 가보려고 도전했는데 탈락의 쓴맛을 맛본 후 다시 뒤를 돌아보니 나는 어느새 쉬었음 청년이 되어있다. 아닌가. 35살은 이제 청년으로 쳐주지도 않나. 그럼 쉬었음 아저씨가 되었다고 해야 되나. 디자이너로서도 끝물이고 교사로 다시 돌아가기에도 부족한 사람. 그 애매한 경계에 덜컥 멈춰 서버린 사람.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래서 그 변화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 시도가 무엇을 남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기록은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