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최근 들어하고 있는 생각 중 하나를 얘기해 보겠다.
최근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경험이나 경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무척 힘들었고 사실 지금도 힘들다. 브런치에 올해의 목표가 기간제 교사였다고 밝힌 것치고는 막상 기간제 교사를 하니 매일매일 학교 가는 게 무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35살의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미 어떤 직장에서 그래도 3~4년 차는 되었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통상적으로 그렇지 않을까. 아니 솔직히 내 대학 동기들 중 졸업 후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로 따지면 벌써 10년 차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처음 무슨 일을 시작할 때의 낯설고 두려운 감정들은 익숙해졌을 것이고 당연히 그 연차에 맞는 새로운 문제들이 여전히 삶에 존재하겠지만 그럼에도 햇병아리 시절은 가물가물해진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매 번 일을 새로 시작해 버린 나는 이제와 그 올챙이 시절을 또 경험하고 있다. 직업을 몇 번씩이나 바꾸면서 늘 그런 고된 순간을 계속 겪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35살에 또 한 번 초보자, 새내기, 신입의 삶을 살고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고됨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은 언제 겪느냐에 문제인 게 아닐까.
임용고시가 두려워 도망쳤던 나인데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결국 돌고 돌아 또다시 시험을 치거나 계속해서 일을 구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남들은 조금 더 어릴 때 그 고됨을 감내하고 이제는 조금 그래도 더 성숙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고 나는 그것을 자꾸 피하다 결국 이제와 연체자처럼 고됨을 당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스운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임용고시라는 시험을 치렀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고비의 순간을 언제 겪느냐, 이겨내느냐 아니면 도망치느냐에 따라 삶의 고된 순간이 오는 시기가 달라진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계속 회피하니 그 고됨이 차근차근 딜레이 된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어릴 때 부모님들이 흔히 하는 말이 어렴풋이 납득이 가기도 한다. 학생 때 죽어라 공부해야 나중에 커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 어른이 되고 보니 어떤 의미에서 하신 말씀인지 십분 이해가 간다. 물론 이해한다고 하여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고 간다고 해서 그때의 내가 '아, 그렇구나. 죽어라 공부해야겠다'가 될진 모르겠다.
여기까지 적고 난 다름 사실 나는 내 생각에 또 반박하고 싶기도 하다. 어처구니없지만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얼마나 자주 변하는가. 고됨의 총량이 존재하고 그것을 일찍이 겪어내면 나중이 편하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인생은 계속 고됨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어느 정도 일찍이 고생하면 나중이 편할 수는 있겠지.
근데 내가 보는 인생이란 놈은 좀처럼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조금 편안 해지려 하면 건강이 문제고, 조금 안정적이려고 하면 가족에게 일이 생기고, 이제 다 끝났나 싶으면 나에게 문제가 생긴다. 그게 인생 같다. 살아보니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싶다.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는 걸까.
아무튼 최근 든 생각 두 가지는 그렇다. 눈앞의 무언가를 간절히 부러워하면 그것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과 인생에는 고됨의 총량이 있고 그것은 어떻게 분배하여 겪어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별 것 없는 헛소리, 헛생각 같긴 한데 요즘 내가 사는 게 고되고 누군가의 그럴듯한 삶이 어지간히 부러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