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황금연휴에 곡성, 순천, 전주, 부안 순으로 전라도 일주를 했다. 첫 목적지 곡성에서 2014년부터 알고 지냈던 친한 지인을 만났다. 귀농한 지 벌써 3년 차라고 했다. 나는 한 번도 귀농을 꿈꿨던 적은 없지만, 아는 사람이 귀농을 했다하니 도시가 아닌 곳에서의 삶은 어떨까 호기심이 생겼다. 감사하게도 1박 2일 동안 지인의 집에 머무르며 많은 이야기와 고민들을 나누었다.
배산임수 집과 텃밭, 곡성의 풍경
새벽에 출발해 6시간을 달려 오후 1시경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를 한 상 가득 차려내 주어 맛있게 먹었다.
잡곡밥에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만든 청국장 국, 키우는 닭들이 낳은 청란으로 만든 계란말이, 기른 무를 수확해 말려둔 무말랭이 반찬, 옆집 할머니가 캐와서 나눠주신 고사리 반찬까지. 마트에 가서 돈을 주고 사 온 건 없었다. 정성 가득 점심 한 상 나눠먹으며 자급자족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비가와서 불어난 계곡물, 곡성의 풍경
집 앞에는 생태텃밭을 꾸려나가고 있다. 감자와 완두 콩을 옆에 같이 심으면 서로 도움이 된다거나, 생태 화장실을 만들어 분변에 왕겨(쌀 껍데기)를 덮어놓으면 자연분해되어 좋은 거름이 된다는 등 생활의 지혜를 들었다. 그에겐 조만간 생태연못을 만들어 놓으려 한다는 꿈이 있다. 수중식물을 심어 놓으면 생활 폐수도 자연스럽게 정화가 된다고 했다. 정화된 그 물을 또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고, 돌고 돌아 순환된다.
곡성 여행 중 섬진간기차마을
그가 자연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선뜻 귀농을 선택했다는 점이 멋있다. 다만 도시인으로는 이런 방법을 안다 한들 실천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하루 세끼 먹는 식생활부터 조금씩 바꿔보는 건 어떨까. 먹거리를 ‘한살림’과 같이 우리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에서 소비하면 된다. ‘언니네텃밭’이라는 여성농민 공동체에서는 제철 꾸러미를 정기적으로 택비로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도 제공한다. 경북 봉화의 ‘내일학교농장’에서는 자연에서 뛰노는 닭들이 낳은 달걀을 보내준다.
순천 여행 중 디딤돌 정원
하나하나 생활에서 작은 것들을 변화해 나가다 보면 지속 가능한 삶에 조금씩 가꿔질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중고물품을 선택하고, 빈티지, 튼튼한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서 한 수 제대로 배웠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겠지만, 앞으로 지향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 키를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