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발효일기

집에서 소줏고리로 소주를 만든다고?

전통옹기 소줏고리로 증류 도전!

by 녹슨금

캠핑 다녀오는 길에 발견한 옹기집에서 소줏고리를 샀다. 소줏고리는 우리나라 전통옹기로 술을 증류해 소주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옹기집 사장님은 요즘에는 수요가 없어 거의 만들지 않는다며 말씀하셨다.

당시 집에서 정성껏 직접 빚었는데 온도조절, 발효가 잘못되어 시어버린 막걸리가 냉장고에 가득했다. 고생해서 만든 아까운 막걸리를 버리긴 뭐하고, 집에서 소주를 직접 내려보자 싶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소주 만들기는 실패했다.


실패 요인이 뭘까?

너무 작은 소줏고리를 구입한 것 같다.

소줏고리는 만드는 기술이 어려워서 그런지 단가가 높았다. 구매한 가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요즘 시세를 찾아보니 가장 작은 게 2~30만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보관에도 용이하고 가격도 그나마 싼 편인 가장 작은 걸 구매했는데, 높이가 20cm 조금 넘고 지름은 20cm도 되지 않는 미니 소줏고리였다.

아랫부분에 술을 넣고 약불로 끓이면 기화된 알코올이 윗부분의 차가운 덮개에 닿아 액화되어 대각선으로 달린 코끼리 코 모양의 출구로 소주가 한 방울씩 나온다.


문제는 옹기가 너무 작다 보니, 끓이는 가스레인지의 열이 소주가 나오는 출구 부분까지 영향을 줘서 알코올이 제대로 모이지 못하고 날아가 버린 것.


이제서야 찾아보니 일반적으로 증류에 사용하는 소줏고리는 높이 6~80cm 정도의 대형 제품이라고 한다. 내가 구매한 건 장식용이 아닌가 싶은데, 혹시 가정에서 미니 소줏고리로 증류에 성공한 분이 계시다면 댓글 부탁드린다.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사길 잘했다.

소줏고리를 만들 수 있는 장인이 몇 없어서, 이제는 더 구할 수 없는 희귀품, 유물이 되어버렸다.


또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어떻게든 해보고야 마는 성격 때문에, 소줏고리를 못 구했더라면 중국 구매대행으로 양조기를 주문해서라도 증류를 해봤을 것이다. 이왕이면 기성 스테인리스 양조기로 만드는 것보다는, 전통옹기 소줏고리로 증류를 해 보는 경험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장식품으로 베란다에 잠들어 있겠지만, 또 활용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