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의 세븐 시스터즈와 Hand In Hand Pub
우리의 여정은 먼저 역 바로 인근에 있는 시내 구경부터 시작했다. 아침 일찍이었는데도 꽤나 사람이 많고 북적였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걸맞게 길을 걷다 보면 건물에 그려진 멋있는 스트리트 아트들을 감상할 수 있다. 관광객 타깃의 기념품샵이 아닌 현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로컬 숍들을 골목골목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런던에서 가장 쉽게 바다를 보러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여행지는 단연 '브라이턴(Brighton)'이 아닐까. 동네도 활기차고 세븐 시스터즈라는 기암절벽의 풍경이 아름다워 단기 여행객들도 당일치기로 많이 찾는 동네다. 우리도 어학원 수업이 없는 주말,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브라이턴으로 향했다. 도착한 직후의 날씨는 뭉게구름이 하늘을 떠다닐 정도로 완벽했다. 그런데,
백암 절벽으로 아름다운 세븐 시스터즈, 아쉽게도 우리가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자 이미 날씨가 우중충하게 흐려진 상황이었다. 강한 바람까지 불어 바람막이의 후드를 단단히 쓰고 걸었다. 등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반대편의 절벽이 내려다보인다.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내내 펜스 같은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조금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괜히 사진 찍겠다고 절벽 끄트머리까지 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사고가 날 일은 없을 거다. 등대가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해안가로도 내려왔다. 여길 보나 저길 보나 절경이다. 항상 날씨 요정이 우리를 도왔는데 이날만은 날씨가 조금 아쉬웠다. 구글 맵에 세븐 시스터즈 검색하면 더 멋진 사진들이 많이 나오니 참고하시길, 하지만 무엇보다 사진은 직접 보고 눈에 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가 자주 있진 않아서 시간 맞춰 기다려 탑승해야 한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시내로 돌아왔는데 웬걸, 날씨가 다시 쨍하게 밝아졌다. 좀 더 있다 올걸,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해변가에는 ON BEACH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아직 시작 전인데도 사람들로 꽉꽉 차 있는 해변가 모습이다. 후끈한 열기가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듯하다.
해변의 사람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갔다. 어느 지역에 가든 괜찮은 로컬 펍 방문은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이날은 마침 재즈 나잇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Hand In Hand'로 가기로 했다. 천장에 액자들을 걸어 놓고 넥타이로 장식을 해놓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펍 내부에 꽉 찬 느낌으로 빈티지한 소품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자체로 맥시멀 한 매력이 있다.
왼쪽은 트로피컬 하고 신맛이 강한 맥주를 좋아하는 내 것, 오른쪽은 초콜릿과 커피 풍미가 강한 스타우트를 좋아하는 남편이 주문한 맥주다. 홀짝이며 한 잔 하고 있는데 트리오의 재즈 공연이 시작되었다. 영국은 펍마다 음악공연을 정기적으로 여는 문화가 있어 참 좋다. 보컬분 목소리가 정말 좋아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었는데, 우리는 기차 시간 때문에 중간에 나와야 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도시라면 당일이 아니라 1박 지내고 가도 좋을 것 같다. 여행에 변수가 생기는 걸 선호하지 않는 계획적인 성격인 나도 이런 순간엔 기차 예매를 하지 않았더라면 싶고 무계획이 더 낫지 않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년 봄 날씨 좋을 때 다시 한번 찾아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