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정의 백설기 Apr 15. 2022

헐렁한 어른이 되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

그녀들이 있어 다행인 인생

막장 드라마를 시즌 별로 찍어도 될 만한 인생극장을 찍어왔지만 그녀들에게선 특유의 비틀린 복수심을 발견할 수 없다. 여자들이 많은 신에서 쉽사리 발현되는 시기 질투 따위 역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예쁘게 말라가는 꽃처럼 부서지는 대신 떠들썩하게 괄괄대며 팔 하나쯤 떼주어도 아깝지 않을 듯한 우정을 나누는 언니들.

이 언니들 앞에서라면 바짝 엎드려 스폰지밥의 징징이처럼 징징대고 칭얼대도 괜찮을 것 같다.


연락을 해보면 늘 쫄쫄 굶은 채 전투복을 입고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고 있거나 전날 밤을 샌 후 수백 명을 홀려내는 강의를 하고 있다.

이중엔 유명가수가 히트곡을 쓰도록 영감을 준 소녀도 있고, 나이 따윈 개나 줘버린 채 주말마다 파도를 잡아타고,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에게 충분히 애정을 쏟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워킹맘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그녀들과의 시끌벅적한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갈땐 생각하는 것이다. 헐렁한 어른이 되지 않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들이 곁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작가의 이전글 외력과 내력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