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얼 하시나요
써야 한다.
뭐라도 써야 한다.
하지만 써야 한다는 조급증에 떠밀려, 미세먼지 같은 글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정성도 생각도 없이 자아도취에 휘말려 대충 휘갈긴 글이 범람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해다.
그러니 대충 휘갈기면 안 된다. 내 안을 잘 들여다보고, 한번 더 생각하고, 수차례 검증하고, 셀 수 없는 자기검열을 거쳐 '읽는 환경'을 해치지 않을 만한 글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을 써야 할까.
왜 나는 항상, 쓰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하고 무얼 써야할지를 모르는 걸까.
나름 답을 찾으려 애쓰는데도 나의 글쓰기 앞날은 누런 미세먼지 잔뜩 낀 하늘처럼 여전히 부옇다.
그래도 어쨌든 써야 한다. 매일 치열하게 생각하고 쓰기로 결심하지 않았는가. 성실하게 출근하듯, 업무 보듯 글을 쓰겠다고 결연히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쓸까.
지난 글은 글쓰기를 위한 자아성찰의 일환으로 시작된 취향 탐색이 소비로 이어지고 그 소비가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다소 희망찬 결말로 마무리했는데 불행히도 그 '소비의 결과'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탓에 이야기를 이어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언제 도착할지도 미지수다(이렇게까지 기다리게 될 줄 몰랐지...).
그렇다고 소비의 결과가 당도할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무작정 노트북을 켜고 하얀 화면 앞에 약 삼십 분 가량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친 첫 번째 문장이, '써야 한다'다.
나는 왜 써야 하는가.
아무도 내게 글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무도 내게 마감 기한을 주지 않으며, 아무도 내게 글쓰기에 성실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가 글쓰기를 그만둔다고 해도 아무도 모른다. 내가 글쓰기 시작한 것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렇다면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꼼꼼히 자문해본다. 아무리 생각하고 자문해도, 내가 찾을 수 있는 답은 하나다.
나는 글을 쓰는 행위가 너무 좋다. 글 자체에 중독이 된 것 같다. 혹은 글쓰기 자체에. 그래서 '쓸 게 없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컴퓨터를 켜고 만다. 미세먼지 같은 글은 쓰면 안 되는데, 이 세상에 글이 모자란 건 아닌데, 아니 오히려 넘치고 넘쳐서 글들이 바벨탑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 올라가는 판국인데, 왜 또 글 한 편을 더하려고 이리 발버둥을 치는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굳이 나의 편을 들자면(내가 내 편 들지 누가 내 편 들어주겠는가) 글쓰기는 온전히 내 것, 나를 위한 것이다. 글 쓰는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나와 대화하며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로하는 시간,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쓴다.
쓰지 않을 수가 없어서 쓴다. 쓸 것이 없어도 쓴다. 내가 쓴 글이 미세먼지가 되어 읽는 환경을 어지럽히는 공해물질이 되면 어쩔 것이냐는 양심의 가책을 꾸역꾸역 이겨먹어버리고, 또 쓴다. 계속 쓴다.
쓰는 인간이라서 그렇다. 아니, 어떻게든 쓰는 인간으로 살고 싶어서 그렇다. 어쩔 수 없다. 글에 중독되어 글 자체가 종교요, 신앙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다 이렇다. 이들에게는 글쓰기가 생존의 문제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단정짓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에 글이 이렇게 많을 리 없지 않은가.
오늘은 순전히 나를 위해 이 글을 썼다.
쓰고 싶어하는 나를 위해서, 쓰는 동안만큼은 스스로를 정말 사랑할 수 있는 나를 위해서.
오늘의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