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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기록할 수 있어 감사한 순간

by 뚜벅초

브런치는 하다 말다 했지만 거의 초창기(2015년?)에 운좋게 붙어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고,

네이버 블로그는 본격적으로 한 건 2018년부터다.

둘 다 내가 미혼(20대 후반~30대 초)일 때부터 아이 엄마가 된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어찌 보면 청춘의 일상과 단상, 철학의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들이다.


단지 쓰는 게 좋고 쓰고 있는 동안에는 몰입할 수 있어서 의무감 없이 꾸준히 해 왔고

때로는 내게 정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정도로 인사이트 담긴 글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가장 감사했던 순간 중 하나는 역시 내가 쓴 글이 정식 출간된 것이다.

작가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꿈만 꿨던 일을 현실로 만들다니 이 역시 브런치에서의 기록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던 일이다.


꾸준한 기록으로 감사한 순간들을 또 남기자면

나는 그저 내 생각을 적었을 뿐인데, 내 경험을 공유했을 뿐인데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되고 있음을 실감할 때다.


얼마전 블로그에 비밀 댓글로 한 독자분이 안부를 남겨주셨다.

내가 무려 3년 전인 2022년에 브런치에 남겼던 결혼준비 기록을 읽고

https://brunch.co.kr/brunchbook/poorwedding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배우자에게도 공유했으며,

나처럼 쉽지 않은 환경에서 결혼준비 중이라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블로그의 근황을 보니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힘이 되셨다는 내용이었다.


위 브런치북은 쓴 지 3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조회수가 발생하고 있다. 아마도 비슷한 환경에서 결혼준비를 하고 있거나 고민 중인 분들이 많으시리라 짐작되는 부분이다.

(언젠가 다른 글과 엮어서 출간을 해 볼까..생각중이기는 하다. 물론 트렌드가 너무 많이 바뀌고 개인적인 부분도 많아서 불확실하다.)

아무튼 부모 도움이 없으면 결혼을 해선 안 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의 평범한 일상 기록이 누군가에겐 응원가처럼 들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기록하기를 참 잘했다고 느낀 순간 중 하나였다.



또 내 책 <두 마리 토끼 잡는 워킹맘 육아>를 보고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 주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다른 육아서보다 현실적이고 솔직해서 마음에 드셨다는 분,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이 책 만큼은 너무 공감이 가서 아껴가며 읽었다는 사연도 있고,

출근길 대중교통에서 읽었는데 눈물이 나서 참기 어려웠다는 사연도 있다.

아이 연령대랑 양가 도움이 없는 맞벌이 등 여러 상황이 비슷해서 몰입이 됐다는 사연도 있고

자신도 워킹맘으로 젊은 날을 보냈으며 그렇게 키운 따님이 또 워킹맘으로 고군분투 중이라 자녀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선배 워킹맘분도 계셨다.

이 역시 기록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던 분들이다. 나의 기록이 누군가에겐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는 것.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한 산길에서 누군가 앞서 걸은 흔적이 보이면

그 자체로도 어딘가 안심이 되는, 그런 역할이 되기를 바란다.



워킹맘으로서 일도 육아도 어쨌든 (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이 이어가고 있는 우리 가정의 일상을

블로그에 시시콜콜 올리면서

지금 내가 이걸 올리는 건 단순히 자기만족일까, 아니면 혹시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은 인정중독의 상태는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쉽사리 답은 못 내렸다.

'평범한 워킹맘이어도, 맞벌이여도 별 문제 없이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다'는 사례 중 하나를 추가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그런 마음으로 기록을 남기는 건 인정욕구인지 자기만족인지 사회에 기여하고픈 마음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어쨌거나 나는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그래서 반갑다. 내가 아직까지 잘 하고 있구나 싶어서.


https://url.kr/61by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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