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엄마 외벌이 체제'를 시작하다
올 초, 1년 3개월간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내고 직장에 복귀했다. 그리고 내 복직에 조금 앞서 남편이 1년간의 육아 휴직계를 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부부가 세웠던 계획대로였다. 우리 둘 다 육아휴직이 가능하니 첫 2년간은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하기로 한 것이었다. 원체 살림을 잘하고 부지런한 남편을 둔 덕에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을 하며 주양육자로 지내 보니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복귀를 하고 직장에 돌아와 사람들을 만나니 모두들 "아이 몇 개월이에요? 어린이집 보내고 나왔겠네? 할머니가 보시나?"라고들 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밝게 웃으며 "아뇨, 아이는 아빠가 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그럴 때마다 모두들 동그래진 눈으로 "우와, 아빠가 애를 보는거야? 휴직을 하고?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대개 남편이 진짜 멋지다, 가정적이다, 아내와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등등이다.
남편이 칭찬을 받고 나도 팔자 좋은 여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약간의 의문은 들었다. 나 역시 임신출산이라는 역대급 사건을 겪고 몸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직장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1년 3개월의 긴 휴직을 내고 오롯이 가정보육을 했다. 그러나 나에게 멋지다, 가정적이다, 남편과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고 감탄을 하는 사람은 딱히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힘들겠네, 여자들은 고생이 많구나, 그래도 애 좀 키우면 할만 할거야, 남편이 도와주니까 그래도 할만하지? 정도였다.
왜 엄마의 육아는 당연하고 아빠의 육아는 이벤트가 될까? 물론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주변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나고 자라왔으니까. 우리 세대만 해도 아빠들이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정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성인 자녀들은 아빠와 어색한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아빠와의 남다른 시간을 1년간 가질 수 있는 우리 아이는 상당히 복 받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평범한 직장인인 탓에 그리 고소득도 아니고, 남편의 소득이 몇십만원 정도의 휴직 수당으로 대체되는 동안 가계의 부담이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그럭저럭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남편 휴직 전에는 나 역시 고정관념이 없진 않았던 터라 조카도 없는 남자인 남편이 전업 양육자로 지내는 게 괜찮을지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동기들도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얘기를 들어 보면 아내가 직장에 출근하고 남편이 전적으로 아이를 보며, 기관조차 보내지 않고 오롯이 가정보육을 1년 내내 하는 케이스는 보기 어렵긴 했다. 남편의 육아 스트레스가 커 보일 땐 일찍 복직해도 되고 이제 아이가 돌도 지났으니 어린이집을 보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저런 자신의 방식으로 아이와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의 발달이 또래보다 조금 늦은 탓도 있고 코로나 유행이 끝나지 않기도 해서 어린이집 입소는 예정대로 두돌 이후가 될 것 같다.
다행히 요즘은 아빠의 육아휴직이 그리 드물지 않은 탓에 브런치를 포함한 여기저기서 아빠들의 육아수기를 볼 수 있다. 나 역시 남편에게 휴직 기간 동안 글을 써 보는 건 어떻냐고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자기 자랑이나 유세를 싫어하는 남편 성격답다. 그래서 남편 휴직으로 전업주부 생활 중인 남편과 외벌이 가장이 된 아내의 이야기는 결국 내가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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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리즈를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
아직 남편의 육아휴직이 현재진행형이라 지금 시작을 해도 좋을지 고민을 좀 했는데,
그래도 절반 이상이 지났으니 연재를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번 매거진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