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빠 육아'만의 특별한 장점?

아빠가 애 키워도 '별일 안 나요'

by 뚜벅초

사실 '아빠 육아휴직 시리즈'를 연재하기 전,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면서 특별히 '좋은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했었다. 물론,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아이를 시설에 보낸 것 보다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는 점은 있었다. 반면 우리 아이의 입장에서는 딱히 다른 아이에 비해 특별한 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아이는 사실 일부 영역에서는 또래들보다 느린 부분도 있다. 걸음마도 늦었고 말도 잘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몸은 몹시 건강한 편이라 지금껏 크게 아픈 적이 한 번도 없다. 체격도 괜찮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그냥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일 뿐, 특별히 '누가 어떻게 키워서' 만들어진 결과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와의 애착이 좋아졌을까? 물론 우리 아기는 아빠와의 관계가 아주 좋다. 쉽게 도움을 요청하고 잘 안겨 있으며 때로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는다. 뭐, 잘 때는 여전히 엄마에게 더 치대긴 하지만. 그런데 요즘은 다른 집들도 아빠들이 육아에 많이 참여해서인지 우리 때에 비하면 아이들과 아빠의 관계가 대체로 다 좋은 것 같다. 결론은 애착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특별한 건 잘 모르겠단 것이다.


people-2942847_1280.jpg 출처 : pixabay


그래서 생각을 바꿔봤다. 아빠육아만이 갖는 특별한 좋은 점이 따로 있다기보단, 아빠가 애를 키우고 엄마가 돈을 벌어도 '큰 일이 나지 않는다'고.

남편이 전업육아를 1년간 시작하기로 하면서, 주변에서는 '남자가 어떻게 애를 키우냐', 아이가 좀 늦다고 하면 '아빠가 자극을 못줘서 말이 느린거 아니냐' 같은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의 말수와 아이의 언어 발달 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 언어치료사의 자녀들조차 언어지연을 겪기도 한다. 게다가 앞서 쓴 글대로 발달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아이 아빠가 열심히 아이를 데리고 몸놀이를 한 덕분에 전반적으로 많이 나아진 부분도 있다.


세상에는 우리 부부처럼 '원해서' 부부의 전통적 역할을 반대로 수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해고나 질병 등으로 예기치 않게 아내가 돈을 벌고 남편이 살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이별, 사별 등으로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된 가정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런 다양한 가정의 형태를 애써 지우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아이들이 보는 책에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늦게 퇴근하는 아빠와 집에서 살림을 하는 엄마, 그리고 남매의 모습'이라는 4인가정의 스테레오타입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심지어 모든 아이들이 의무적으로 듣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의 교과서도 이러한 가족 형태를 디폴트로 삼고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가정의 자녀들은 혼란과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디폴트 형태에 속하지 않는 가정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선입견을 심어주기 딱 좋다. 심지어는 일부 교육기관 종사자들조차 앞장서서 그런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며 '저 집 아이는 엄마(아빠)가 없으니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부끄럼 없이 내뱉기도 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표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없으며 계획과 제도에서 빗나가는 일은 우리 인생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여기서 자란 아이들 역시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음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엄마가 키워서' 더 좋고, '아빠가 키워서' 더 나쁠 건 크게 없는 것 같다. 있다 해도 한 개인의 유전적 특징을 극복할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모두가 '상황이 되는 대로' 가장 행복한 길을 선택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가사와 육아가 더 적성에 맞는 아빠나, 밖에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 엄마, 물론 그 반대 역시 욕을 먹지 않는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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