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만난 그녀의 부고

freegarden님을 추모하며

by 류완


가을이 한창일 무렵 그녀의 마지막 글이 올라왔습니다.

더 이상 글을 쓰기 어렵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안타까웠지만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었기에

마음속으로 위로와 응원을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https://brunch.co.kr/@ujw8907



신민경 작가님은 제가 브런치를 시작하던 초기에 만난 인연입니다.

2020년 6월에 브런치를 시작했고 민경작가님의 글을 두어 달이 지나 만났습니다.

신한부 선고를 받은 자신의 상황을 무미 건조하게 남긴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했습니다.

아직 세상을 떠나기에는 이른 나이, 그녀가 맞이하는 삶의 마지막 고백에 귀를 기울여 봤습니다.


글이 이어질 때마다 놀랍고 신비로웠습니다.

분명 죽음에 대한 고백일 텐데 힘든 마음을 붙잡으며 자신의 마음을 다시 세워보려는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죽음 앞에서 이어지는 사랑의 고백, 세상에 대한 연민,

잔잔한 농담들은 그녀의 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마침 저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기였던지라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지하철 승강장 작은 공간에서 무던히 지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신지 여쭈었습니다.

답장은 더욱 뜻밖이었습니다.

너무 좋다며 천진 난만한 문장들로 저를 미소 짓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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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작업했습니다.

그 해 가을, 그녀의 글이 지하철 승강장에 부쳐졌습니다.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자신의 글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자신은 어릴 적 오빠가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며

뜬금없이 오빠라고 부르겠다고 합니다.

편하게 말을 놓으라는데 저는 한 번도 안 본 사람에게 말을 놓을 수는 없다며

민경동생이라 부르지만 다음에 만나고 난 뒤에는 그리하겠다며 존경의 표현을 살포시 감춰두었습니다.

사실은 저도 여동생이 생긴다는 마음에 줄곧 흐뭇했습니다.

아픈 사람과 이런 글을 주고받는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맞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21년 1월에 자신이 써 놓은 글을 모아 책을 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따뜻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작지만 오래 남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출간하자마자 따끈따끈한 책 한 권이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친필로 남긴 편지는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웠지만 사인을 해 주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내 인생 가장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책을 포장한 속지와 스누피 스티커까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스누피에 대한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에 글감은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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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 방배동 어느 카페에서 북토크를 열기로 했다며 저를 초대했습니다.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이제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진짜 오빠 동생처럼 대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토크 몇 주를 앞두고 그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취소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처음 고백하는 글인데 취소가 되어 안타깝다는 메일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빠는 내 이야기를 읽고 들을 때 절대 울기 없기'라는 약속을 그때 처음 어겼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참 많이 울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후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메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투병의 과정이 브런치에 올라오면 댓글로 안부를 묻고 답변을 받는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줄었습니다.

한편으로 그녀는 마지막 소통을 위해 남은 힘을 다 쏟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 번 마음을 둔 사람에게 마음을 걷어내기가 참 어려운 사람 같았습니다.

그런 딸을 두신 민경님 어머니, 아버지께 깊은 존경과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가느다랗게 이어오던 투병 일기도 지난가을에 멈추었습니다.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창구마저 사라졌습니다.

도저히 답답하고 걱정이 되어 며칠 전 '신민경', 'freegarden'이라는 검색어로

브런치를 검색하다가 친구분이 올린 부고 소식을 만났습니다.



https://wooribugo.co.kr/funeral/view/38818?ngt=1



22년, 12월 13일 故 신민경 44세


나에게 자신은 아직 30대라며 구라를 친 사실에 웃음이 났지만

하루 종일 무거운 몸과 마음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며 그녀의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다시 만난 그녀의 이야기는 슬픔을 위안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마약성 진통제로 견디지 않는 자유로운 정원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freegarden


그녀의 정원을 그려봅니다.

아픔은 사라지고 사랑과 미소만 남은 그곳,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은 그곳에서 이제 편히 쉬시기를,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동생 신민경 작가님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