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수를 모르고 싶어서

by 류완


얼마 전 브런치 알림 하나가 떴습니다.

구독자 수가 2천이 넘었다는 심심한 축하의 문장입니다.

그 순간 짜증이 확 밀려들어왔습니다.

그동안 구독자 수를 알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모릅니다.

브런치는 내 소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많으면 많은 수, 저도 깜짝 놀랐지만 마지막으로 1900명을 조금 넘은

구독자 수를 알게 된 뒤로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구독이라는 방식은 브런치를 시작 한 뒤에 알았습니다.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중년 아재에게 그런 제도는 달나라 뒤편에서나 만나는 장치라 생각했습니다.


첫 글을 올리고 한 두 명의 구독자가 생겼습니다.

내 프로필 밑에 쌓이는 숫자는 글이 늘어 갈 때마다 조금씩 늘어가더니

한 번은 백여 명 정도가 한 번에 늘어나는 체험을 했습니다.

아마도 브런치 북을 발행했을 때였을 겁니다.




대단히 잘 쓴 글이라 생각지도 않았지만 늘어난 구독자 수는 조금씩 신경이 쓰였습니다.

세 자리에서 네 자리로 늘고 나면 감각이 없어지겠지 생각했지만

네 자리로 늘고 나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천 명을 돌파했다는 축하 알림을 받고 나서 아내에게 자랑하려고

작가 소개 페이지를 보여주었는데 구독자 수는 다시 999명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누가 나를 떠나갔을까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다가오는 사람만큼 떠나가는 이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글 쓰는 사람들을 모아 돈을 버는 다단계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구독자 수를 확인하지 않으려는 나의 작은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개인 컴퓨터로 브런치에 접속하다 보면 클릭하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글쓰기, 작가의 서랍, 브런치 나우, 그리고 피드

이 외에는 달리 마우스 커서가 다가간 적도 없습니다.

글을 쓰고 서랍에 저장을 하기 전에는 엔터를 여러 번 눌러

혹여나 다시 꺼내어 볼 때 내 이름 밑에 적힌 숫자를 볼 수 없도록 소심한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런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브런치의 알림이었습니다.

허무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왜 그토록 구독자 수를 모르기 위해 노력했는지 반문해 보았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다가오는 이는 반가웠지만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기가 무서웠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소심한 사람인지 브런치를 하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숫자 보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이들의 이름을 마음에 담고 싶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님의 상당수는 닉네임으로 활동합니다.

생각해 보면 닉네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본인의 이름은 내 의지대로 지어지지 않았지만 브런치 닉네임은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저는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 브런치를 시작했던 3년 전, 아무 생각 없이 등록했던 무지의 소산입니다.

완(完) 전하지 못한데 완전한 사람처럼 생각할까 봐 조심스럽습니다.

그나마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지 제 이름을 닉네임으로 알고 계셨던 구독자님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저를 구독하는 분들을 모두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마음에 새기고 이야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에게 답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숫자 1이 아닌 세상 모든 가능성과 이유를 담은 문우로써 기억하고 싶습니다.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을 위해 남기는 글에 정성을 쏟겠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꺼이 다가와 주셔도 좋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위로와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구독자 수를 모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숫자 1이 아닌, 0과 1 사이의 무한대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무튼 오늘도 나는 구독자 수를 알고 싶지 않습니다.

어디 브런치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엔터

엔터

엔터

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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