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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류완
May 19. 2024
제자리걸음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릅니다.
하고자 계획한 일들이 미뤄지고 포기하고 멈추어 버렸습니다.
성실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자책해 봐도 나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따금 그림자 길이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 있는 곳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변화 없이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요?
생각해 보니 언제부턴가 스스로 걷기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달라질 것 없는 환경과 상황을 탓하며 멈추어 서버렸습니다.
굳이 애쓰며 나아가려 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걸음을 무겁게 합니다.
관성으로라도 몸이 기우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나는 이제 이곳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불안한 마음을 털어내고자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종종 걷던 길이
오늘은
새롭게 포장이 되었습니다.
달라진 길을 걸으니 주변 분위기도 조금 변한 것 같습니다.
나무는
좀
더
자라
있고 거리는 평소보다 분주해 보입니다.
처음 보는 식당이 눈에 띄고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합니다.
늘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아도 공간은 나와 다르게 변해갑니다.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는 항상 다른 공간에 존재합니다.
사실 제자리걸음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눈을 감고 제자리에서 걸음을 걸어보세요.
열 걸음만 넘어도 눈을 뜨고 나면 두 다리는
처음 걸었던 위치에서 조금 벗어나
있습
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방향도 틀어지고 계속 걷다 보면
처음
두
발이
놓였던
지점에서
상당히
벗어나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정확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면
당신은 로봇이거나
균형
감각의 천재입니다.
때론 내 삶의 불균형이 나를 나아가게 만듭니다.
매우 느리고 부자연스러울지라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나는 이전과 다른 공간을 디딜 수 있습니다.
꾸준함의 힘입니다.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조금도 나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방향도 신경 쓰지 마세요.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고
걷다
보면
이전과
다른
위치에서
다른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눈을 뜨고 보니 제 옆에 당신이 있습니다.
어떻게 여기 있냐고 묻자 당신이 대답합니다.
"당신이 여기로 왔어요.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그렇게 당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로 길을 내며 우리는 나아가고 있음을 믿습니다.
포기하지
않
는 것만큼 중요한 하나는 '함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는 작가님들이 참 좋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 더없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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