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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Nov 22. 2024

다른 생각을 위하여


헝가리 출신의 의사 이그나츠 젬멜바이스는

산부인과 병동에 따라 산모의 사망률이 다른 점을 의심했습니다.

연구 결과 분만 시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은 병동에서 사망률이 높게 나왔습니다.

젬멜바이스는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수술 전 의사의 손을 소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9세기의 의료 지식은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의학계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으로

고통받다가 47세의 나이에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그나츠 젬멜바이스



지금은 일반적인 소독 이론이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주장이었습니다.

생명보다 권위를 우선시했던 당시의 서양 의학계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비극으로 막을 내린 논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역사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나아가게 하는 힘은 기술의 발전이나 연구 성과뿐 아니라

다양한 생각 속에서 올바른 답을 찾아가는 노력도 포함됩니다.

문제는 그 올바름에 대한 저마다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생각은 어렵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조심스럽고 경계심이 생깁니다.

다른 생각은 갈등의 원인이 되고 갈등이 심해지면 사회 문제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갈등이 두려워서 외면하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옵니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사회 문제와 갈등을 방치하다가 더 큰 폭탄이 터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히틀러의 나치즘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작은 아픔에도 귀 기울이고 다른 생각에도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갈등이 벌어지진 않습니다.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생각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함께 찾아가다 보면 이해의 영역이 넓어집니다.

다른 생각으로 내 생각을 다듬어 나갈 때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는 다른 생각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피곤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결과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지질학자 클레어 페터슨은 휘발유의 납 성분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납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그의 주장은 정유회사들과 일부 대 기업의 압박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향한 그의 열정과 신념까지 꺾을 순 없었습니다.

이후 납 성분이 함유된 유연 휘발유는 미국 전역에서 금지되었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납 성분이 없는 무연 휘발유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거나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다른 생각이 갈등으로 분열되지 않고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인류를 구한 위대한 연구 뒤에는 그의 생각을 듣고 고민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클레어 패터슨



타인이 존재하는 한 똑같은 생각은 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모든 생각에는 크고 작은 간격이 있습니다.

같은 생각으로 모여도 그 안에서 다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른 생각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도리어 반갑게 맞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그 안에 내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마음으로 너그럽고 여유롭게 생각의 폭을 넓혀 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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