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보는 삶과 멀리 보는 삶
백수의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체력을 소홀히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하늘, 날씨가 좋을 때 아침운동을 했다. 동네를 한 바퀴 걸어다니면서 아침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어디를 분주히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각자의 일정을 상상한다. 출근을 하는 어른들과 등교를 하는 어린이들 여기저기 분주하게 지나가는 틈 속에서 나는 여유와 동시에 약간의 쓸쓸함을 느낀다.
계약직으로 퇴사를 하고 난 이후에 공부 혹은 놀기에 바쁜 내가, 열심히 굴러가고 있는 세계를 잠깐 내려 놓은 지도 꽤나 오래됐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제는 내 일상은 정오 12시가 시작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놀아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막막한 미래가 나를 조이는 시기였다.
나는 주변을 보지 않고 땅만 보고 걷는 버릇이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다니다 보니 나의 안 좋은 습관이 나타났다. 균형 감각이 좋지 않은 사람으로 돌부리에도 쉽게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많았고, 돌부리가 없다면 내 발이 걸리기 일쑤였다.
이런 위험들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땅을 보고 걷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고치고 싶은 습관이다. 바닥을 보고 걸어가면 자세도 좋지 않고, 다소 위축된 분위기를 가진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고치고 싶은 습관인데 10년이나 지속됐다. 어떻게 고쳐야 하는 지 모르는 상태라고 해야할까. 오랫동안 지닌 자세라서 쉽게 고쳐질 리 만무했다. 갑자기 문득 하늘이 보고 싶어졌다.
날이 좋아서 나왔는데 땅만 보고 다니자니 아쉬운 느낌이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나니 다시 주변 풍경이 보고 싶어졌다.
생각에 잠겨 땅을 보고 걸은 시간이 길어지니, 원래 목적인 '아침운동으로 주변 둘러보기'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침 아침 산책이 지루해질 쯤 고개를 들어 환기를 시켰다. 시선을 멀리 보니 많은 풍경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아, 이거구나. 생각보다 별 것 아니었구나." 나쁜 자세는 고개만 들면 고칠 수 있었다. 시선을 멀리 두면 바른 자세로 갈 수 있구나. 금방 고칠 수 있었구나. 나는 앞길을 보는 게 바빠서, 멀리 내다보는 습관이 부족했었구나. 그래서 여유까지 없었구나.
생각보다 여유를 찾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내 시선을 멀리 두면 되는 것이다. 앞길만 보고 가는 길은 우연히 만난 기쁨을 눈 앞에서 놓치는 일에서, 고개를 들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바람도 즐기고, 햇살도 느끼고, 나뭇잎의 변화도 보며 가는 삶의 온도는 전혀 다를 것이다. 결과가 중점인 시선을 옮겨,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한번 더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