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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된 May 22. 2021

슈퍼스타가 된 경험

악플의 힘

내 글이 메인에 올랐다. 7천 돌파 8천돌파 알림이 울리다가, 조회수가 7-8만이라는 숫자를 봤다. 이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면 운동장이 몇 개나 필요할까. 짐작이 안되는 사람들의 수다.


그 사람들 중에서 내 글이 다 만족할 순 없었겠지. 심지어 민감한 주제인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라이킷도 많이 받았지만, 몇개의 악플이 달렸다. 그럴꺼면 사업하라는 말, 너같은 후배가 들어와라는 말, 입사하기 하루 전에 불합격처리되라고 신에게 비는 말 등. 사실은 나같은 후배만 들어와준다면 땡큐일텐데...  얼마나 열심하고, 의욕이 넘치고, 눈치가 싹싹하고! 여튼 좋은 응원의 신호가 더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비방하는 몇몇의 댓글을 보고 첫 감정은 화가 났다. 손이 약간 떨리고 동공지진이 나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악플러는 그런 댓글을 정성껏 적는 에너지가 있단말이야? 심지어 브런치는 로그인까지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는데..? 난 일상생활 하는 것도 힘든데.'


악플은 나에게 약간 신남을 주었고, 동시에 두렵고 속상했다. 나는 이 사실을 얼른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무슨일이야~ 나 악플 달렸어!" 나 대신 친구들이 더 화를 내줬다. 친구들이 대신 화를 내주는 감정이 고마웠다. 같이 화내고 지지하는 감정을 쏟아주는 게 고마웠다. 그 새로움은 잠깐 만끽하다 존재자체가 화가 나, 나도 댓글을 달았다. "불편하면 지나가시라. 악플은 삭제하겠다." 그런데 또 악플이 달렸다. '그런 수용적인 태도없이 글 쓰지 마라.' 나는 내 글이 그 사람들에게 뭘 잘못했길래 논리도 없고 근본도 없는 공격을 받아야하는가 싶었다.


두번째 감정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에게 속상했다. 입사포기한 이유는 돈이 시발점이었지만 내 삶의 전부를 읽고 선택한 결과인데, 악플러는 어떻게 내 상황을 판단하고 저주하는 말까지 내 브런치에 ‘정성껏’ 적어주는거야... 속히 말하는 ‘니들이 뭔데 나를 판단해.’ 이 지경에 오니 속상한 마음과 동시에 웃음이 공존했다. 그 사람들은 체력도 좋은가보다. 에너지가 넘치나보다. 나와 아무런 연관없는 관계에서 단면적인 내 글을 보고 그렇게 비방하는 조언을 할 정도면!


세번째 감정은 내가 잘못했나 하는 반성이었다. 악플러에 대한 감정은 두번째 감정에서 내면적으로 처리가 되고 있던 상태라 타격이 줄었다. 그런데 7-8만명이나 본 글인데, 나에게는 이런 기회가 없었기때문에 큰 숫이다. 그 중에는 취준생들도 보게 되었을꺼고(나도 취준생이지만), 혹시나 그들에게 안좋은 영향이 갔으려나 싶은 우려 섞인 반성이었다. 그래서 글을 보고 오해의 소지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문장을 더 추가했다. 그리고 이후의 반응이 오는지 궁금했다. 우호적인 댓글이 달릴지, 그래도 악플이 계속 달릴지.


그 결과는 내가 악플이라고 정의한 댓글은 달리지 않았다. 이는 조회수가 이제 떨어지고 있고, 오해의 소지를 줄였기 때문이지 싶다. 내가 언제 이렇게 글에 피드백을 신랄하게 받아보겠는가 싶어 많이 배웠다. 역시 부족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인생의 경험이지. 이런 시행착오를 겪어 양질의 글을 쓸 수 있겠다. 단지, 악플은 싫다. 글은 악플때문에 퀄리티를 올렸던 게 아니다. 더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뜯어 글에 적용하여 더 좋은 글이 될꺼다.


내 글은 내 삶을 더 윤택하게 살고 싶어 느낀 경험을 적고, 다른 사람에게도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 선택이 잘못된 것 같아 약간은 슬펐지만. 지금은 약플을 경험해볼 일이 언제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부정적인 마음을 밀어내고 있다. 악플은 슈퍼스타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악플이 달린 경험을 수퍼스타가 된 경험이라 말하고 싶다. 내가 유명해진 사람들의 감정을 이 기회로 살짝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던거지라고 이야기해본다.





1. 이번 기회에 배운 것은 악플에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악플도 관심이다?

    그런 관심은 사양한다. 무턱대고 쓴 악플은 글쓴이의 콧털을 건들일 수 없다. 내가 생각한 고칠 점은 거론하지 않고 무조건 비방하는 글. 인격적으로 모독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넌 그래서 안돼라는 댓글이 달렸다. 저주성 댓글이나 인격 모독 댓글 등 애정없는 댓글, 대놓고 상처를 받아라 하는 댓글의 경우는 금방 털어낼 수 있는 종류의 글들이고, 그런 글들은 사실 글쓴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악플러들이여 조언을 하고 싶은가? 글쓴이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고 싶다면 자신의 의견에 이유를 적어라. 악플러들은 자신이 화난 유치원생의 때쓰는 글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 성숙하게 행동하길 권장한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것 같진 않다.

  

    내가 대처한 바로는 삭제가 답이다. 어짜피 욕할 사람들은 욕할꺼고, 글쓴이는 댓글창에 들어갈때마다 거슬리는 나쁜 댓글때문에 기분은 조금씩이라도 상한다. 그러니 바로 삭제해버리자. 브런치 어플에서의 댓글 삭제는 해당 댓글을 2-3초 가량 누르면 삭제창이 뜬다. 댓글삭제가 괜히 양심에 찔리지만 삭제하자. 어짜피 내 브런치인데 뭐. 난 공인도 아니고 돈을 받는 직장인도 아닌데 내 마음대로 하는게 뭐 어때!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만 게시하는 것 또한 다른 읽는이를 배려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글을 재미나게 읽고 댓글창에 들어갔는데 눈살 찌푸리며 나가는 모습은 싫으니까.


2. 글쓰기에 대한 생각 정리: 글을 어떻게 가감할 것인가

    이번에 배운 점은 내가 생각한 '정의, 기준'을 언급하기이다. 나에게 회사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택하는가?를 설명한다면, 사람들이 내 기준을 알게 되며 글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을 준다. 읽는 이는 내가 아니고, 각자의 정의하는 기준은 다르니까. 이번에 처음으로 근본없는 악플을 받아봤다. 내 글이 이상한가, 이해가 안가나라는 생각을 깊이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차라리 악플이 달릴 때 실험을 해보자. 얼마나 자세히 적어야 사람들이 악플이 달리지 않을까. 조금씩 실험을 했다.


    첫번째는 부족한 부분을 수정했다. 조금 더 상세히 일어난 일을 나열했다. 굳이 적지 않았던 이야기를 보충해서 적어봐도 댓글은 여전했다. 두번째는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기준과 주차장때문에 왜 입사를 포기했는지에 정의를 추가 했다. 이 이후부터는 조회수가 줄어서 그런지, 댓글을 정리하고 우호적인 댓글들이 남아있어 그런지 몰라도 초반보다 훨씬 깔끔한 댓글이 달려있다. 이 경험이 좀 참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정리해서 글쓰기에 적용하는 날이 아주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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