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이미 알고있는 결말, 그래도 볼수밖에 없는 영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관람 후기

by 선율

이번 스터디는 요즘 화제의 영화인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대학원에서 통역과 언어학을 전공하고 현재 활발한 활동 중인 영어 해설반 운영진 중 한 분이 준비한 강의였다.


이미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입소문과 천만 관객 기사를 접한터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슬픈 결말을 알기에 그 슬픔을 마주하는 일이 두려워서 관람이 망설여지기도 했다.


결국, 개인 사정으로 스터디 참석을 못하게 되는 바람에,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영화를 먼저 보고 녹음 파일을 듣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스터디 전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남편도 아이도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관심이 없어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주말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영화가 시작되자, 주인공 유해진의 원맨쇼와 단종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훈의 연기가 두 시간 내내 영화에 집중을 하게 만들었다.

초반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유해진의 코믹이 가미된 인간적인 연기, 마을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단종의 모습까지 분명 웃고 미소 지을 장면들이 있었지만 이미 정해진 결말을 알고 있기에 마음껏 웃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영화 내내 마음이 애틋하고 짠하기만 했다.


특히 앳되고 뽀얀 피부의 어리디 어린 단종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상황에서, 마지막 순간에 본인 의지대로 선택 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일이 위에서 내린 사약이 아닌 자신과 마음을 나누었던 유해진 손에 스스로 죽는 일을 택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겨우 17살 밖에 안된 어린 단종이 감당해야 했던 운명과, 원망스러운 역사적인 상황이 너무 야속했다.


결국 단종이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감정이 고조되어 펑펑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 여기저기에서도 코를 훌쩍이며 우는 소리가 들렸고,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다.

정말 오랜만에 원 없이 마음껏 울면서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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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에서는 영화의 기본 줄거리와 등장인물, 그리고 역사적 배경이 된 2차 단종복위운동인 '정축지변'에 대해 다루었다. 또한, 배경이 된 청령포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를 구분해 보는 작업이었다. 영화 속에서 실제와 다른 부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유해준이 연기한 엄흥도는 영화에서처럼 유배자의 일상생활을 책임지는 하급지방 관리인 보수주인이 아니고 호장, 즉 현감을 보좌하고 세금과 호적을 관리하는 고위 지방 관리였다.


둘째, 단종을 보필하는 인물 '매화'는 실존인물이 아닌 허구다. 매화는 세종대황의 왕비였던 양혜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 그녀는 유모이자 양어머니로서 어린 단종을 키운 건 사실이지만 그녀는 세조가 왕위를 찬탈한 후, 청풍으로 유배되고, 왕족 여성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하니, 영화 속 설정과는 다르다.


셋째, 활을 쏘아 호랑이를 죽인 장면 역시 완전한 픽션이다. 단종이 유약한 모습에서 다시 왕위에 대한 야망을 불태우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넷째, 한명회는 영월에 직접 방문하거나, 난을 진압한 기록은 없다. 직접 청령포에 나타난 건 영화에서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다만 유지태가 한명회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10킬로그램 이상 찌웠다고 하는데, '잘생기고 키가 커서 위엄이 느껴지고, 남들보다 뛰어난 체격과 위엄이 느껴진다'는 기록에 기반한 것이다.


다섯째, 단종의 죽음 역시 영화와는 다르다. 엄홍도가 직접 밧줄을 당겨 단종을 죽인 것이 아니고, 의금부에서 내려온 인물이 독약을 가져왔지만 차마 단종에게 바치지 못했고, 결국 밧줄을 이용한 방식이 언급된 비공식 기록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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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터디 덕분에 화제가 된 영화를 직접 보고,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뒷 이야기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에 경복궁 해설을 할 때는 이 영화를 언급하며, 단종이 원치 않는 옥새를 세조에게 넘긴 장소가 바로 경회루라는 점을 꼭 얘기해야겠다.


그리고 드디어(?) 권역별 시연 날짜가 나왔다.

궁별로 돌아가며 진행되는데, 경복궁은 6월 13일로 정해졌다. 이제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 담주에도 캠핑을 잡았고, 계속 놀러 갈 계획만 세우고 있었는데 시연 날짜를 떠올리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괜히 스스로 고생거리는 만든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어떻게든 결국은 해내겠지.


긴장도 부담도, 그냥 즐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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