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스터디 두 번째.
1월은 개인 사정으로 두 번의 수업을 녹음파일로만 들으며 처음 수업을 접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됐다.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다.
2월 첫 오프 스터디 때는 자유로운 프리토킹 분위기와 스크립트를 순번대로 3-40명 앞에서 크게 읽게 하는 수업 방식에 얼떨떨했다.
하지만 두 번째 오프 스터디부터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프리 토킹도 몇몇 분의 뛰어난 선생님들만의 유창함이라는 것, 이번 주 창덕궁 스크립트를 발표하신 분도 평상시 영어를 쓰시는 분이기에 저렇게 자연스럽게 영어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터디에 참여해 뒷줄 자리를 채우고 계신 해설 선생님들은 나랑 비슷하게 1~2년 전에 지원해, 가까스로 영어 매뉴얼을 외우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의 해설 경험을 쌓은 분들이다. 더 발전하기 위해 영어 해설 매뉴얼을 더 고급스럽고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분들을 보며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배우고, 곁에 붙어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첫 시간은 창덕궁 스크립트 해설시간이었다.
비록 다른 궁이지만 궁궐의 공통적인 부분을 설명할 때는 벌써 3~4번째 들어봤다고 확실히는 몰라도 어디서 들어봤던 단어라는 느낌이 있다. 그러다 공부한 단어장에서 그 단어를 찾기라도 하면
'맞아! 이거 내가 공부했던 단어였어!'
하며 뿌듯함을 느낀다.
걱정하며 공부했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에 스스로 조금 우쭐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WHIPIC)의 이성례 전문관님이 나오셔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생겨나게 된 배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해석설명센터라는 이름의 기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현재, 한국의 17개를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1,248건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유산'이라는 용어대신 기념물이나 유적지를 보존한다는 개념으로 접근을 했다면 지금은 '유산'이라는 명칭아래 관리의 차원에서 인간중심의 접근을 하는 방향으로 개념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 중심, 전문가 중심, 정보 전달 위주의 해석이 아니라 모두가 주체가 되어,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관점을 설명해 주셨다.
즉, 단순히 물질적인 정보만 전달하는 해설이 아니라 그 유산을 둘러싼 환경, 무형의 속성 그리고 관련 공동체까지도 그 영향까지 고려해 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을 들으며 해설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어떻게 해설하느냐에 따라 관람객이 그 대상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고 반대로 관심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영어 해설뿐만 아니라 한국어 해설을 할 때도 단순히 대상에 대한 정보만 전달할게 아니라 그와 연계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 입체적이고 풍부한 해설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 스터디도 여러 깨달음을 얻으며 알차게 3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한편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분명한 건, 영어 해설까지 아직 갈 일이 한참 멀다는 사실이다.
지금 경복궁 매뉴얼을 내 수준에 맞게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데, 많은 분량과 익숙하지 않은 단어와 문장이 많다. 지금은 읽는 것조차 더듬거리는데, 이걸 다 어떻게 외우고, 또, 외운티가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작년 기준, 상반기에 권역별 시연이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권역별 시연이란 처음부터 한 시간 영어 해설을 바로 할 수 없으니, 그전 단계로, 전각 하나만을 정해 그 부분만 약 10~15분 정도 영어로 해설을 선배 선생님들 앞에서 시연해 보는 것이다.
상반기 안에 한다고?
허걱....
마음이 바빠진다.
내 계획은 이렇다.
3월 안에 매뉴얼을 완성하고 자연스럽게 입에 붙도록 읽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4-5월은 최대한 선배 해설을 많이 참관하며 필요한 경우, 매뉴얼을 수정하고 현장 분위기와 감각을 배운다. 그런 와중에 틈틈이 매뉴얼을 외운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매뉴얼을 가지고 6월 정해진 시연 날짜 전까지 죽어라 외우며 연습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래도 하나하나 준비해보려고 한다.
까짓 거,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