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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Aug 19. 2021

퀄컴, 이동통신 표준규격을 장악하다 (1)

통신 반도체의 제왕

  2020년 매출액 기준 전 세계 1위 Fabless 업체는 바로 Qualcomm(퀄컴)이다. NVIDIA의 약진으로 그 순위가 올해 다소 바뀔 수 있으나 모바일 시장의 태동과 함께 성장하며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해온 퀄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019-2020년 매출액 기준 Fabless 업체 순위 (출처:TrendForce)

1. 퀄컴의 역사 및 경쟁력


 1985년 7월 Irwin M. Jacobs(어윈 M. 제이콥스)와 6명의 동료들은 캘리포니아 남쪽의 샌디에고에서 '좋은 품질의 통신을 만들자'라는 모토로 '퀄리티 커뮤니케이션'(Quality Communication)의 앞자리를 따 퀄컴(Qualcomm)을 설립했다.


 퀄컴의 창립자 어윈 M. 제이콥스는 코넬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 MIT에서 컴퓨터 공학 석/박사를 받았고, 통신 분야 전문가로 1959년- 1972년 동안 MIT와 UCSD에 전기 및 컴퓨터 공학 교수를 역임했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교(UCSD)에 위치한 퀄컴 창립자인 제이콥스 박사의 이름을 딴 공대 건물 (자료: 위키피디아)

 

 퀄컴의 위대한 여정에 대해 말하기 앞서 1980년대 이동통신 시장 상황과 퀄컴의 이동통신 첫 상용 특허인*CDMA(1986년 출원) 기술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2G, 디지털 통신의 시작


 1980년대까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동통신 1세대인 라디오와 같은 아날로그 변조 방식(*FDMA)으로 통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날로그 변조 방식은 사용자 증가에 따른 주파수 자원의 부족 문제가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술표준이 없어 통신사가 다르면 같은 지역에서도 전화통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말에 미국, 유럽의 이동통신 업계는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통신기술(2세대)의 도입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TDMA 방식을 업계 표준으로 선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 미국의 이동통신 업계는 2세대 통신 기술 표준으로 TDMA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비용 소모에 비해 기존 FDMA 방식(1세대) 대비 비약적인 성능 향상이 기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CDMA 방식은 이론적으로 매우 훌륭한 기술이었지만 실용화가 어렵다고 판단되었었다.

각 세대별 이동 통신 기술 방식과 특징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FDMA(Frequecny Division Multiple Access), 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의 약자


 그 시기에 퀄컴은 기존 대비 최대 20배 성능 향상된 당사의 CDMA 방식의 우수성을 어필하기 위해 직접 CDMA 기지국, 핸드폰을 제작하여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두 번에 걸쳐 기술 시연을 하였다.

(그 와중에 전문가들의 기술에 대한 의구심과 TDMA 진영의 훼방이 있었다고 한다.)


 두 번에 걸친 기술 시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퀄컴의 CDMA 방식은 미국 통신산업협회(TIA)를 통해 1993년 미국의 2세대 이동통신의 두 번째 기술 표준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여담으로 퀄컴은 한국의 전자통신연구원(ETRI)과 CDMA 방식을 공동 개발하였음)


2) 이동통신 표준규격 장악


 1990년대에 퀄컴의 CDMA 방식이 미국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표준으로 채택이 되었지만, 유럽/일본/미국의 여러 통신사들은 이미 TDMA (GSM이라고도 불림) 방식을 기반으로 망 투자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제조회사들 또한 그에 맞는 장비와 단말기를 만들고 있었다.


 특정 기술이 업계 표준기술로 인정받아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었기에, 1995년부터 퀄컴은 CDMA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CDMA 네트워크 장비/단말기/통신용 반도체 칩(모뎀칩)을 모두 개발 및 생산하여 공급하기 했다. 바야흐로 퀄컴의 통신 칩셋(모뎀칩)의 탄생이었다.


(좌) 1996년 퀄컴의 첫 CDMA 무선 전화기(출처: Avito) (우) 1996년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CDMA 휴대폰(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퀄컴은 이를 바탕으로 이동통신 표준 규격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CDMA 서비스의 공격적인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노키아를 필두로 한 TDMA 진영이 장악한 유럽, 일본 시장 대신에 한국, 홍콩, 중국, 미국 등의 시장을 파고들었다.


 1996년 CDMA 기술 상용화에 큰 도움을 받은 한국에서 SK텔레콤/삼성전자와 함께 협업하여 세계 최초로 이동통신 2세대(2G) CDMA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런칭하였으며, 다른 국가들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LG전자/소니/모토롤라 등 다양한 단말기 제조사에 CDMA 통신 칩셋을 제공했다.


 그렇게 퀄컴은 2000년대에는 최초로 멀티미디어(영상통화, 메일 등)를 지원하는 3세대(3G) 이동통신 표준규격을 장악할 수 있었다.



3) 퀄컴의 경쟁력 - 표준필수 특허


 퀄컴은 CDMA 통신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2/3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 규격이 되었기에 이 독점적인 경쟁력을 통해 4/5세대 이동통신 기술(LTE/5G)의*표준필수 특허를 보유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모뎀칩을 비롯해 스마트폰을 구현하는 기술의 토대가 되는 표준필수 특허(SEP) 또한 6,000건 넘게 확보한 특허괴물이다.


 *표준필수 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란 표준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특허로서 특정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실시허락을 받아야 하는 특허를 말한다.
즉, SEP를 침해하지 않고는 표준기술을 구현하는 제품을 제조·판매·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퀄컴의 표준필수 특허 때문에 칩셋 설계 업체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 통신 기능을 위한 모뎀 칩셋을 설계 및 탑재하기 위해서는 퀄컴에 막대한 기술 로열티를 제공해야 했으며 이것이 현재의 퀄컴을 만든 경쟁력이었다.



 다음 편에는 퀄컴의 사업 포트폴리오, 제품군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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