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늦었더라도 - 주담대 신청
예전에 참가했던 경기 중에 '스파르탄 레이스' 란 것이 있었다. 유격훈련 같은 장애물을 넘어 코스를 달리는 경기로, 이를 완주하면 원의 1/3 만큼인 부채꼴 모양의 메달을 주는데, 같은 해에 3 종류의 경기를 완주하여 3개의 부채꼴 메달을 모아야 비로소 완전한 원형의 메달이 완성되는 것이다(그걸 Trifacta 라고 했다). 나의 새 아파트 구매가 꼭 그것과 닮았었다.
원래 집을 잘 팔고, 전세집의 전세금을 돌려받고, 잔금을 치르기 위한 대출을 받아야 했다. 그 중에서 여러 가지 날아드는 장애물을 극복하여야 하는 것은 스파르탄 레이스와 비슷했지만, 장애물이 실시간으로 크기가 커졌고 새로 나타났으며 때로는 앞이 안개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점은 지금 이를 완주한 시점에서 돌아보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만 드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과연 내가 어떤 장애물을 만났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돌이켜 보도록 하겠다.
계약을 하기 전에 잠실쪽 부동산도 연락해 보았는데,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질문을 들었고, 나는 집을 팔고 전세금을 돌려받고 주담대를 받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부동산 사장님이 자기가 아는 정말 훌륭한 대출상담사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전화를 하니까 자신이 지금 잠실뿐 아니라 강남쪽에 올해만 몇백건을 했다고 하면서 자기한테 하면 최저 금리로 맞춰주겠다고 했다. 자신은 2.6% 까지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시중 금리가 3.8% 였는데, 어떻게 1% 이상 더 낮은 금리를 해 줄 수 있는지 묻자, 본인이 전망해 보건대 미국 연준도 금리를 내리려고 하고, 한은도 연내 2번은 내릴 것이 거의 높은 확률로 예측된다고 했으며, 그에 따라 주담대 금리도 내가 잔금 치를 석달 뒤 까지는 그정도 내릴 거라고 했다. 만약에 고정금리가 더 높으면 변동금리로 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다른 시중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알아보기도 하고 다른 상담사에게도 알아보았지만, 그 이후에도 이 분에게 연락을 두 차례 더 했는데, 그 때마다 자신있는 목소리로 전국 최저금리를 맞춰준다고 했다. 정말이지 거시경제에 대한 뷰는 웬만한 경제학자를 뺨칠 정도였고 디테일한 시장에서의 경험을 들으면 너무 믿음직스러웠다. 대출을 위해선 언제까지 연락하면 되냐고 하자 잔금 치르기 한 달 전에만 연락하면 된다고 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중도금을 치르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았어야 했던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 잠실쪽 모집인은 단언코 문제가 없다고 말해주었다. 왜냐면 만기에 주담대를 일으켜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게 되는 조건으로(상환조건부 대출) 중간에 빌리는 거라면 최후에 DSR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받은 상태로 그냥 지나가면 안된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이 나중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대출 상품 가운데에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전자계약을 한다고 해서 모든 은행에서 금리 우대를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금리우대를 받을 옵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0.2%가 어딘가. 10억이면 200만원이다. 그래서 계약 당일에 전자게약을 중개부동산, 내 중개부동산, 매도인이 하는데, 그게 엄청 복잡하고 어려워서, 거의 포기하시려고 했는데, IT 엔지니어로서의 감을 발휘해서 인증서를 깔고 또 어느 메뉴가 동작이 안되면 이렇게 우회해서 실행하도록 해서 결국 전자계약을 했다. 나에게 집을 판 분은 검은 머리 미국인이었는데, 그가 ‘저는 이걸 하면 무엇이 좋은가요?' 라고 묻자, 우리가 금리 우대를 받아서 자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부동산에서 대신 해 주었다. '얼마나 세이브가 되나요?' 하자 약 200만원이라고 답변을 했는데, 나중에 아내의 말에 따르면 그 외국인의 표정이 '뭘 그런 푼돈을 갖고 세이브하려고 이런 복잡한 짓을 하나' 하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었다고 했다. 그 분에게는 작은 돈일 수 있지만 우리는 매년 200만원을 세이브하기 위해서 전자계약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여튼 우리는 잠실쪽 집을 주말에 보려고 했다가 그 전전날 밤에 강남 집을 가계약하게 되어 잠실은 보러가지 않게 되었다. 실거주를 해야 하는데 직주근접이 먼 잠실을 택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실은 한 번도 임장하지 않은 채 강남에서 거래를 했는데, 거래한 부동산 사장님이 자기가 오래 알고 지낸 대출 상담사를 소개해 준다고 해서 일단 명함을 받았다. 잠실에서 소개 받은 상담사를 통해 실행하려고 해서 연락은 하고 있지 않았는데 부동산 사장님이 2주 쯤 뒤에 대출 모집인에게 연락해보았냐고, 최저 금리로 무조건 맞춰달라고 얘기했다고 해서 연락을 해 보았다. 역시나 잠실 대출모집인이 제시한 금리보다는 0.2% 포인트 높았다. 나는 역시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포쪽에 집을 산 아내의 직장 동료로부터도 대출 모집인을 소개받아 대출금리를 알아봤는데 거기가 제일 높아서 나는 잠실쪽이 역시 제일 낫네 하고 생각했다.
나는 잠실 상담사와 종종 연락을 하면서 다른 업무를 처리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 정부에서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너무 높게 잡고 있어서 서민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고, 나는 역시 주담대 금리가 내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새 정부 출범 극 초기인 6월 9일 기사를 보더라도 각 은행들이 주담대 가산금리를 낮추는 한편, 만기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은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대출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그럼에도 뭔가 이런 상황이 과연 오래갈까 싶어서 '대출을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잠실쪽 상담사에게 물었는데, 답변은 "지금 실행을 하면 대출 승인 난 시점의 가산금리로 세팅이 되는데, 정부에서 주문한 대로 가산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 추세대로라면 금리는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늦게 받으시는 것이 좋다. 한 달 전에 연락을 달라" 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나는 전전 직장 동료의 부친상에 조문을 가서 동료를 만나 집을 옮기고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7월말이 잔금인데 아직도 대출을 안 하고 있냐는 말에 '아 지금이면 대출을 한창 접수해야 하는 시기구나' 하고 느꼈고, 유사한 고민을 직장 동료 중 한 사람에게 터놓자 '지인이 주담대를 비교사이트를 통해 했는데 50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통상의 30년 기간 외에 더 긴 만기도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한편, 6월초 본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강남쪽 모집인이 지금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면서, 지금 신청하면 0.1% 가산금리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지난번에 연락을 드렸을 때 보다 0.2% 올랐다며, 이번주 내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금리는 떨어진다고 했는데? 그래서 잠실 모집인에게 연락했다. 금리는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금리가 얼마입니까?" 하니까 3.8% 라고 했다. 내가 되물었다. "아니 지난번에 2.6%에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모집인은 자기가 그런적이 언제 있냐며 딱 잡아떼었다. 나는 여기서 생각했다. 더 이상 말만 앞서는 이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되겠다고. 나는 그래서 강남쪽 모집인에게 다시 연락해서, 고정금리가 올랐으니 떨어지고 있는 변동금리로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쓰레드에 40년 고정금리 상품이 은행에서 제공되고 있다는 피드를 읽었다. 세상에. 40년이면 다달이 원리금 부담이 적어도 100만원은 줄어들 터였다. 그만큼을 원해서 더 갚는 건 괜찮지만 무조건 높은 금액을 갚도록 되어 있다면 그건 너무 빡빡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강남 중개인에게 40년물도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연락이 왔고, ㅁㅁ은행에서 40년물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은 없는지 해서 토스에서 주담대 비교를 해봤는데, 50년 대출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연락을 해 보았으나, 나이가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40년물이 최대 가능한 기간이라고 들었다. 금리를 비교해 보았는데 ㅁㅁ은행이 더 낮았다. 나는 일단 신청을 해두자, 그 다음에 다른 더 좋은 대안이 나오면 최종적으로 그걸 택하면 되겠다 싶었다. 모집인과 약속을 잡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서류가 엄청 많았다. 인감증명서, 등본, 초본, 소득자료 2년치, 재직증명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매매계약서, 매수한 집의 전입세대확인서, 신분증복사본, 인감도장… 그리고 주말 낮에 작은 아이를 재워두고 우리 부부는 판교의 어느 카페로 나와 대출서류를 자서했다. 취급점은 노원의 어느 지점이었다. 자서에 1시간이 걸린 듯 했다. 아이가 언제 깰지 몰라 카메라로 아이의 상태를 중간 중간 지켜보면서 수많은 서류에 사인했다. 신분증을 가지고 왔으나 사본을 만들어오지는 못해서 급히 주변에서 복사를 해야 했다. 가까운 복사집은 닫았고, 연 복사집은 멀리 있었다. 나는 무작정 주변의 가게 내부를 살피다가 DHL에 들어갔다. 거기 복사기가 있었고, 나는 간곡히 신분증 복사를 부탁하였는데 흔쾌히 복사를 해주셔서 깊은 감사를 표하고 자서를 계속하러 갔다. 대출기간이 30년에서 40년으로 늘면, 가산금리가 0.05% 포인트 는다고 했다. 나는 눈깜짝 안하고 무조건 40년으로 해달라고 했다. 기간이 10년 느는데 그깟 0.05%가 대수랴.
그리고 이틀 뒤에 다른 은행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40년 대출이 끝났다고. 다행히 다른 곳에서 했다고 답했고 잘하셨다는 답을 들었다. 잔금 치르기 약 1달 반 전의 일이었다. 쓰레드에는 모집인 대출이 막히고 있다는 받) 메시지가 돌아다녔다. 그리고 대출 접수를 한 지 2주째 되는 6.27 토요일 오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다음날 0시부터 주담대는 6억까지만 가능했다. 토지거래허가 접수 혹은 계약 체결이 6.27일인 것 까지는 대책 발표 이전의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주기 때문에 6.27일은 부동산들이 몰리는 거래를 처리하느라 매우 바빴다고 한다. 모골이 송연했다. '더 이상 강력한 정부 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섣부른 예측을 하던 어떤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믿지 않고 6.27 이전에 거래를 체결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다시 6.27 2주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원래 전셋집 주인에게 임차보증금의 10%를 미리 돌려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부동산은 주인이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확답을 주었다고 내게 말해주었고, 나는 그에 따라 아내만 중도금을 위해 1억 상환조건부 대출을 받는 것으로 주담대 신청 조건에 넣었다. 처음에 모집인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으나, 내가 다른 모집인으로부터 상환조건부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지점에 확인해 보더니 가능하다고 해주었다. 정보를 다양한 채널로 수집해야 함을 다시금 느꼈다. 십 몇 년 째 이 일을 하고 있다는 모집인 조차 그런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담대 신청을 한 날 저녁, 주인이 말을 번복하는 일이 발생했다. 보증금 10%를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원래 1억 대출로 접수했던 것을 1억을 더 받는다고 바꿔야 했다. 아무래도 대출을 상환조건부지만 2억 받는다고 했을 때에는 대출이 안나올 위험이 더 높아졌다. 젠장. 나쁜 주인장. 전세를 시작할 때도 그렇게 신뢰를 안 지키더니 지금도 그러는구나! 내가 사람을 두 번 믿었다가, 두 번 속았구나.
대출 접수를 하고 2주일이 지나, 6.26일 목요일이 되었는데, 우리가 계약한 조건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우리는 무려 '6개월 변동금리'로 40년짜리 대출을 신청한 것이었다. 그야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높긴 하지만 변동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 하락 사이클을 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고, 그 판단에 힘을 더한 것은 잠실의 상담사였다. 그러나, 반년마다 마음을 졸이고 그 사이에 계속 금리를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 저녁에 나는 강남 자가 보유자인 지인 변호사 형님과, 같은 학번인 정신과 전문의에게 고정 대 변동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지금 고정과 변동 차이가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약간 고정금리가 높더라도 마음이 편한 것이 낫겠다고 했다. 변호사 형님은 걱정이 되었는지 밤중에 직접 전화를 해서 고정으로 하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새벽 5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나 큰 금액이 각종 경제현상의 결과인 금리로 나타나서 우리의 현금흐름을 불안하게 할 것이 걱정되었다. 3년 뒤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으니 그때 쯤 해서 상환하고 갈아타면 된다지만, 그 때 되어서 대출이 축소가 되거나 정책이 또 이상하게 바뀌면 계속 변동금리의 롤러코스터를 타야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이걸 고정금리로 바꾸기 위해 내일 아침에 ㅁㅁ은행의 노원구 ㅇㅇ지점으로 가서 약관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의논했고, 아내는 나의 판단을 지지해주었다.
6.27 금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나는 신분당선을 타고, 다시 갈아타서 노원구의 ㅇㅇ지점 담당자를 찾아갔다. 고요한 동네의 어떤 상가 1-2층에 은행 지점이 있었고, 1층의 경위에게 해당 담당자가 지금 있는지 확인한 뒤, 근처 빵집에 들러 수박주스를 사서 2층으로 올라갔다. 담당자는 자리에 서류를 수북이 쌓아놓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내 인적사항을 말하고 수박주스를 건네었다. 나는, 변동금리를 고정 5년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정말이세요? 요새 변동금리로 대부분들 하고 계세요." 라는 담당자의 말에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고정금리로 하려고 한다고 답하고 사인을 했다. 잠도 설쳤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사인을 하고 나오니 배가 고팠다. 상가 지하에 김밥집이 있어 라면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 날 아침 6.27 대책이 발표되었다. 주담대 한도가 6억으로 축소되었다. 이미 은행 전산에 입력을 마쳤기에 그저 너무 다행이었다. 만약에 그 접수를 늦게 했다면 은행 대출 자체 한도가 정부 정책 등으로 인해 축소될 수 있어서 내가 못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금리우대 혜택이 차츰 사라져 더 높은 금리로 받게 될 수 있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cofix 등 기준금리에 붙이는 마진인데 우대금리 등 명목으로 이를 깎아준다. 시장환경이 안좋아지면 그런 할인이 줄어든다고 한다.
공동명의인 아내는 대출에 대한 담보제공자여서 약관 변경에 자서를 다시 해야 했다. 아내에게도 여기 와서 자서를 다시 해야 한다고 연락했고, 아내는 다행히 육아휴직중이어서 첫째와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강북까지 올라와 사인을 다시 하고 집으로 갔다. 대출모집인은 자기에게 말하면 서류를 다시 우리 사는 곳으로 가져 와서 송부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그 분의 호의일 뿐, 이렇게 서슬퍼런 시점에 얼른 서류를 완비해서 접수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되어 아내랑 내가 차례로 다녀가서 서류 자서를 마쳤던 것이다.
그 뒤로 1달 동안은 시간이 잘 갔다. 회사에서는 일을 하고 아이들을 주말마다 어딘가 데리고 가면서, 마음 한 켠에는 대출이 안나올까 걱정되었다. 대출 접수를 1군데 이상 해도 된다는 말이 있었고, 혹자는 대출 접수를 여러 군데 하면 다른 데서 거절이 날 수 있다고도 했다. 대출 모집인은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고 했고, 블라인드를 찾아봐도 '주담대는 문제가 있으면 연락이 오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었다. 주담대 승인은 금방 난다는 말이 있음에도 접수 후 1달이 넘게 연락이 없어서 불안했다. 지인은 나에게 '요새 대출 축소하면서 은행 전산 작업을 해야 해서 pending된 대출이 많다고 한다'고 알려주며 위로했다. 나는 대출을 접수하라는 다른 모집인의 문자를 잔금 2주 전까지 받으면서도 ㅁㅁ은행의 대출 승인을 기다렸다.
잔금 정확히 2주 전에 은행 담당자로부터 대출이 승인났다는 연락이 왔다. 변동사항 없으시죠? 란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태연한 척 했지만 너무 다행이었다. 승인 이후에, 온라인으로 대출 서류에 서명하도록 안내받았다. 거기에는 나의 대출 조건과 재무상태가 적혀있었다. 양 사 1000점인 신용점수를 보면 안 해 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부 규제가 워낙 무서워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제 대출 당일에 대출이 나올 것이었다. 그 과정을 5년 전에 겪었지만, 기억이 안났다. 과연 당일에 어떻게 이 일들이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그림을 마음속에 갖고 있기 위해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은행 법무사가 나와서 대출을 실행할건데, 돈이 들어오더라도 내가 맘대로 조금이라도 이체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럼 돈이 묶여서 골치아프다고 했다.
내가 이번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전속을 맡기지 않은 것이 잘한 일인 것처럼, 금리를 1% 넘게 싸게 해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다가 잡아 떼는 모집인으로부터 빨리 벗어나 시장을 조사하여 다른 모집인을 통해 대출을 실행한 것은 명문화 된 글 보다 사람을 잘 보고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결과였다.
둘째로는,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할 때 금리가 조금 더 떨어질 것 같더라도 그걸 기다리지 말고 40년이 열린 3주 동안 그 조건을 잡길 잘 했다.
셋째로는, 리테일 시장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출 비교사이트는 많은 금융기관의 상품을 비교하지만, 모든 금리와 대출조건과 상품을 포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인 것 처럼 보일지라도, 사람들을 통해 가능한 기간과 금리와 한도가 있는지를 따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로는, 고의는 아니더라도 담당자의 과실이 있을 수 있으니 정보를 크로스체크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남 대출 모집인은 일시적 신용대출이 불가하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러 허풍이 있었더라도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던 잠실 모집인의 조언을 제시하여 일시적인 디폴트를 막으며 대출을 수행할 수 있었다.
다섯째는, 고민이 되면, 아니 고민이 안되어도 주변인과 애기를 나누면 시점을 놓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가집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이런 고민을 나눌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대출을 빨리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40년 대출을 놓치지 않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어쨌든, 대출은 승인나고 모든 퍼즐이 완성되는 듯 했으나,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던 '전세금 반환' 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 과정은 어떤 짐작하기 어려운 '한 개인의 마음' 혹은 '재정상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불투명하고 변화무쌍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어려운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해 계속 적어보도록 하겠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