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좋은 하루 에필로그

by Ryan

최근에 푹 빠져 읽은 책이 있습니다.

시간을 넘나드는 고민 상담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책에 몰입해 읽던 중,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줄까?’


그럼, 과거의 저는 어떤 고민을 제게 털어놓을까요?

물론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이런 질문들을 털어놓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어떻게 해야 하나?

2.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서울로 갈 수 있나?

3. 암이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답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아버지는 언제나 그리울 테지만, 그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 부디 그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잘 받아들이길 바란다.

2. 돈을 왜 벌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그것에 얽매이지 말아라.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니까.

3. 아무 말 없이, 웃으며 꼭 안아줄 것 같다. 그때는 아무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던 시기였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해. 그리고, 기쁨도 슬픔도 영원하지 않으니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봐. 마지막으로, 네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




저의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군 제대 무렵 세상은 코로나로 멈췄고, 그 해 반려견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아버지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듬해에는 취업에 성공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삶이 안정되나 싶었지만,

3년 뒤에는 제가 암 진단을 받으며 갑작스럽게 시련을 겪었지요.


돌이켜보면 인생은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삶과 죽음은 결국 신의 영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암 진단 이전이나 이후나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전환만으로도, 제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헬스장에서 러닝을 하다가 숨이 차오를 때쯤, 문득 수술 후 걷지도 못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아직 발바닥에 저림 증상이 남아있어 오래 뛰지는 못하지만,

병실 앞을 벗어나지 못하던 제가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뭉클했습니다.

그날은 몇 분 더 뛰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멀쩡하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또, 밤에 무사히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을 때도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이 감사함과 깨달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비교적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암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도 있겠지요.

또, 아버지를 떠나보낸 슬픔이 시간이 지나 무뎌졌던 것처럼,

언젠가 이 마음도 무뎌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건 가능하니까요.


다만 미래에 대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어머니께서 무병장수 하시고, 제가 그 곁을 지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모든 날들이 ‘좋은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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