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18화
"띠----띠--띠띠--띠"
아침 5시 50분, 알람이 울린다.
창밖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곧바로 몸을 일으켜 알람을 껐다.
“시계가 잘못된 거 아니야?”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서둘러 씻었다.
평소 입던 옷을 대충 걸치고,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문 앞을 나선다.
“잘 다녀와.”
‘아침엔 좀 주무시지. 일어나셔서 도시락까지 싸주시고...’
“고마워 엄마. 퇴근할 때 연락할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제법 이른 시간인데도 산책로엔 조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귀뚜라미 소리가 산책로에 울린다.
어제 비가 왔어서 그런지 짙은 풀내음이 찬 바람과 함께 불어온다.
벌써 가을이 왔구나.
버스에 몸을 싣고, 한숨을 돌린다.
여자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굿모닝.'
어제 늦게 잔다고 했는데, 다행히 제시간에 일어났다.
메시지를 주고받다, 버스 안에서 메모장을 켰다.
브런치에 연재할 글을 다듬는 중이다.
항암치료 할 때 어머니, 여자친구와 보낸 시간들이 떠올라 괜히 감정이 벅차오른다.
그래도 버스 안인데 울면 안 되지.
얼마 뒤, 회사에 도착한다.
아침은 항상 어머니가 챙겨주신 도시락을 먹는다.
정상식사가 가능해졌을 때부터, 삶은 토마토와 주먹밥 같은 건강한 아침을 매일 만들어 주신다.
감사함에 앞서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건강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전도 바쁘게 지내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오랜만에 동기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여의도 공원을 지나 식당으로 향하며 말을 꺼낸다.
물론 주제는 1년 전과 동일하다.
“10 중에 6만 맞아도 돼. 나머지는 맞춰가는 거지.”
하지만 동기는 한숨을 쉰다. 뭔가 걱정되는 게 있나 보다.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데… 또 처음부터 맞추긴 두려워. 모르겠어.”
너도 나도,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해 알게 될 날이 오겠지 않을까?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남은 업무를 시작한다.
한창 업무에 빠져있는데, 옆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이거... 먹어도 되나? “
뒷자리 팀원분이다. 가끔 간식을 나눠주시는데, 혹여나 내가 못 먹을까 걱정하셨나 보다.
“먹어도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세심한 배려가 항상 고마울 뿐이다.
일과를 마무리하면 곧바로 퇴근해 집으로 향한다.
혼자 계실 어머니가 떠오르기도 하고, 건강을 생각해 요즘은 무조건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집에 도착하면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러 나간다.
근력운동은 일주일에 다섯 번, 유산소는 매일 걸음 일 만보를 채운다.
운동을 마치면 곧바로 식탁에 앉는다.
식사를 할 때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건강식으로 차려주시는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만 가득하다.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는 제가 할 테니 쉬세요.”
“아냐, 너 힘들었으니까 내가 할게. 들어가 쉬어.”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려는 나를 막아서며 서둘러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우셨다.
씻고 책상 앞에 앉아 책 한 권을 집어든다.
요즘 빠져 읽는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시간을 넘나드는 고민상담 콘셉트의 소설이다.
만약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고민상담을 하면 무슨 조언을 해줄까?
소설은 이런 것이 재밌는 것 같다.
무한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한창 상상에 빠져 놀다 보니 어느덧 9시다.
여자친구에게 영상통화를 건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SNS에서 봤던 영상.
온갖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아. 벌써 10시다.
아쉽지만, 지금 자야 내일 무리 없이 출근할 수 있다.
“잘 자. 내일 일어나서 연락할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기 전,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사랑해.”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함께 내일을 기약한다.
침대에 누워 깊게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는다.
아아. 오늘도 정말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