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연군 Aug 08. 2021

우리나라 저출산 지원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

승무원 부부의 난임 탈출기 Vol.1

2021년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은 46조원으로 책정되었다. 대략 5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50조원임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돈 단위가 몇백만, 몇천만이 아닌 몇조원으로 사용되다 보니 이게 얼마나 큰돈인지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이해가 쉽게 이야기하면 1조원이란 돈을 모으려면 단군 할아버지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매달 2,000만원을 적금해야 이자를 제외하고 원금이 1조원이 된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매달 적금 넣고도 4,000년이 지나야 겨우 1조원이란 돈을 만져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단군 할아버지를 마흔여섯분이 필요한 게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이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 것이다. 

<자그마치 46조원이라는 돈이 한 해 저출산 대책으로 쓰인다.>

문제는 전체 금액이 아니다.

예산은 충분하다.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인데, 실제 난임부부가 피부로 와닿는 지원책은 별로 없다. 대개 결혼해서 3~5년 정도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난임 병원을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데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돈이다. 난임 병원에 등록해서 다니면 족히 몇백만원은 쉽게 깨지는데 빠듯한 살림에 1~20만원도 아니고 수 백만원을 선뜻 쓸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만 찾아봐도 3~500만원을 쓰는 것은 우스울 정도다. 

보통의 상식을 갖는다면 아이를 가지려 하는 이들에게 난임 시술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아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정부지원금 몇백만원 받자고 둘째, 셋째를 낳지는 않지만, 같은 돈으로 난임부부에게는 아이 하나가 탄생하기 때문에 이른바 가성비가 좋다. 당연히 이런 지원은 뒤따를 것으로 생각하고 병원 문을 두드리면 전혀 다른 답을 손에 쥐고서 난감함을 감출 수 없다.


지원은 하지만 모두에게 준다고는 안 했다.

지원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긴 준다. 하지만 제한이 있다. 건강보험료 납입금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180% 까지만 지원해준다. 180%를 넘으면? 아쉽지만 한 푼도 지원 안된다. 180%로 확대되기 이전엔 130%였다. 단순하게 말하면 맞벌이 부부는 지원 안 해준다는 소리다. 기가 막히다. 건강보험료를 안 낸 것도 아니고 더 냈다고 지원에서 배제된다니. 그것도 정부가 10년 넘게 주요 시책으로 안고 가는 저출산 지원이 안된다니 황당할 수밖에. 

<19년도 기준 맞벌이로 5백만원을 벌면 지원 제외다. 2021년 증액된 금액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9년 기준 맞벌이 부부의 중위소득 180%는 5백만원 가량이다. 편의점 야간 알바만 한 달 해도 300만원을 받는 시대에 맞벌이 부부에게 500만원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 못해 참담하다. 보건소를 찾아서 건강보험료를 많이 냈기 때문에 건강보험으로 난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세금을 더 냈기 때문에 세금 지원이 안된다는 것이 말이 될법한 이야기인가? 코미디 같지만 한국에서 실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저소득층에 지원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소득 기준으로 아이를 낳겠다는 예비 부모에게 차등을 두는 것이 문제다. 300만원이라는 돈은 웬만한 근로자 한 달 월급이다. 중위소득 기준을 겨우 초과하는 이들에게 난임치료는 한 달 동안 손가락만 빨고 살라는 말과 같다. 



최소 천만원

까짓 거. 더럽고 치사해서 내돈 쓴다고 생각했다면 통장에서 천만원을 꺼내오면 된다. 계획대로 한 번에 임신에 성공했다면 2~300만원에 해결될 수도 있지만, 두세 번 실패를 반복하면 금방 50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실패가 거듭되면 문제 원인을 찾는데 또 백만원 단위 검사비가 추가된다. 물론 하나의 귀한 생명을 돈으로 비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생명을 얻기까지 부딪혀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주머니의 10만원도 아쉬워서 소비를 줄이는 마당에 천만원 돈이 드는 난임진료에 선뜻 발을 담그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게 체념하고 자연임신만 시도하다가 시기를 놓쳐 병원을 찾으면 이미 너무 늦었다. 노산으로 고생하거나 심하게는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임신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많은 예비 부모들께 말한다. 열심히 벌어서 성실히 납세했다면 정부지원은 기대하지 마라. 

작가의 이전글 십일조의 빈약한 근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