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은 우리 역사의 이면 (1)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하신 말씀으로 유명한 말이다. 치욕적인 일제강점기를 잊지 않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너무나도 현명하고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많은 곳에서 이 문구를 인용하고 있고 특히 한일전 축구가 있는 날엔 경기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걸개 문구로 사용된다.
축구 응원 걸개뿐만 아니다. 방송에서도 3.1절 또는 광복절 등 일제강점기 극복과 관련된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방송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로 눈을 돌리면 일반인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문제는 단재 신채호 선생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고증하지 않는다. 군중심리나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해서 그렇다라고 느낌을 갖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왕왕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이 문구도 그렇다.
언젠가부터 인터넷에서 신채호 선생의 말로 소개되기 시작했고 어느덧 정설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국민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언으로 국민적 공감대도 높아 한일전 축구 응원 걸개 문구로 까지 쓰일 정도다. 그런데 단재 신채호 선생의 저서 그 어느 곳에도 이 명언은 찾아볼 수가 없다. 비슷한 문구조차도 없다. 그의 저서는 물론 생전에 발행했던 글이나 말에서도 없다. 누가 한지도 모르는 말이 신채호 선생의 명언으로 둔갑했고 대중은 아무런 고증 없이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명언이 있다.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의역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정도 되겠다. 이 말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한 명언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윈스턴 처칠도 이런 말을 했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출처 불명의 명언이 어느 시점에 국내에서 단재 신채호의 명언으로 둔갑하여 대중을 홀렸다. 만일 정말 만약에 이 말을 과거 일본의 유명한 군인이 했던 거라면 우리는 고증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로 인해 엄청난 부끄러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일본인이 한 말을 항일투사의 명언으로 둔갑시키고 한일전 축구에 걸개로 사용한다면 전 세계적인 비웃음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 과거 한일전 축구 대항전에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 관중석에서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주먹!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Z!"하고 마징가 주제가를 불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마징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고 일본어로 된 주제가를 한국어로만 바꿨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일본인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한국 응원단에서 별안간 한국어로 익숙한 멜로디의 마징가Z 노래가 나오니 어리둥절했을 것이고, 나중에 이러한 속사정을 안다면 비웃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을 이기겠다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동경하고 그 주제가를 베껴다가 한일전에서 한국 응원가로 사용하는 아이러니다.
나는 이제 이 말을 좀 고쳐보고자 한다,
"부끄러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는 낭만 로맨스가 아니다. 냉혹하고 참혹한 인간세상의 발자취다. 단순히 부끄러운 역사라고 각색하거나 포장한다면 그 민족에게 결코 미래가 없다.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면서 세 번 절하고 머리를 아홉 번 조아리는 [삼배구고두]의 치욕을 당했고 이에 대한 내용이 [삼전도비]에 새겨졌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역사다. 그래서인지 고종은 삼전도비를 뽑아버렸다. 부끄러운 역사를 마주하고 반성하며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보이지 않게만 했다. 결국 인조가 청나라에게 그랬듯 고종은 일본과 똑같은 역사를 반복했다. 부끄러운 역사를 잊은 민족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