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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Oct 02. 2020

가혹 행위 사나이

가혹 행위와 훈련은 다르다.

가짜사나이가 인기다. 아니 단순한 인기를 넘어 트렌드가 되었다. 이근 대위는 방송계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햄버거 CF에서부터 지상파 방송과 유튜브 협업까지.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을 정도다. 

가짜사나이 에피소드 중 한 장면(출처: 가짜사나이 유튜브 채널)

"인성 문제 있어?"로 대표되는 그의 대사는 유행어가 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일종의 밈(meme)으로 소비되고 있다. MBC에서 [진짜사나이]를 통해 여러 연예인을 군대에 입대시키면서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방송으로 해냈다.


진짜사나이가 보여주지 못한 것

군대는 빤한 곳이다. 정해진 시간에 훈련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잠을 잔다. 그 제한적인 소재에서 MBC [진짜사나이]는 전우애와 친숙한 군대에 초점을 맞췄다. 김수로, 서경석, 류수영 등으로 이뤄진 진짜사나이 1기는 큰 성공을 거뒀다. 

MBC 진짜사나이 1기 (출처: MBC)

서툴고 어리바리한 이들이 정식 군인이 되어가는 모습에 대중은 20% 가까운 시청률로 화답했다. 하지만 2기, 3기가 되자 같은 그림의 반복과 군대 미화라는 프레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저게 무슨 군대냐며 손가락질했고, 군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도 정말 군대가 저럴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잘 짜인 각본에 세트장 같은 구성으로 군대를 보여주던 진짜사나이에 대중은 등을 돌렸다. 


그렇게 군대 예능은 자취를 감췄다가 [가짜사나이]를 통해 다시금 부활했다. 



Real 군대, 실전 같은 훈련

가짜사나이는 진짜사나이가 보여주지 못한 군대의 속살을 드러냈다. 진짜사나이에서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했던 얼차려와 호통을 가짜사나이는 진짜 군대의 것으로 바꿨다. 자연스레 예비역과 현역들은 '이게 진짜 군대지'하는 생각으로 보게 되고, 미필들도 진정한 간접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얼굴 위장, 힘들면 수시로 외치는 열외, 장난 같던 훈련을 특수부대의 것을 들고 와서 판을 뒤집어 버렸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은 열외가 아닌 얼차려와 교관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강제 퇴소 조치한다. 

진흙탕을 구르고 IBS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면서 이를 악물고 하는 훈련은 참가자의 극기를 향상시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인고의 과정으로 대비된다. 



훈련은 사라지고 재미만 남았다.

통제받는 삶은 괴롭다. 남의 의지에 내 행동을 맞춘다는 일은 자의식을 거부하는 일로 심한 반감이 든다. 그 이겨낼 수 없는 반감이 스트레스가 되고 고통을 안긴다. 반면, 통제하는 입장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타인을 조종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군대는 이 두 가지 모두가 동시에 일어나는 곳이다. 통제를 받는 쪽은 일반 병사이고, 통제권을 휘두르는 쪽은 군 간부다. [가짜사나이]는 병사와 간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통제 권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시청자는 간부 입장에서 권력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일어나 이 X새끼야"로 사전 예고되지 않은 새벽 훈련을 알린다. (출처: 가짜사나이 2 유튜브 채널)

문제는 그 점이 전부라는 것이다. 참가자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장면이 잦아진다. 군대에서도 그러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예전 군에서는 통용될지 몰라도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면 가혹행위다. 바닥을 기고 뒹굴면서 인격이 개조된다면 전 국민이 군대에 다녀오는 북한은 인류의 유토피아가 되었을 것이다. 군대를 통해 인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80년대 삼청교육대를 세우고 데모하던 학생들을 강제로 입영시키던 군사정권의 생각과 다름이 없다. 


[진짜사나이] 같은 군대 미화도 문제지만 [가짜사나이]처럼 잘못된 문화가 진짜인 양 사회로 스며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으로 대표되는 군내 가혹행위 문제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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