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글을 쓴다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 책 읽는 건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2025년 초,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직장 상사가 학위로 뭘 할 거냐고 물었을 때, "좀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던 게 어쩌면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경영학 과제 하려고 자료 찾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하거나 내용이 별로인 경우가 많았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한동안 링크드인에 클리닉이나 작은 사업체에서 쓸 수 있는 엑셀 양식을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경영자들이 친구 추천을 해왔다.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때쯤, 예전에 읽었던 세스 고딘의 책에서 '예술가가 되어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송길영 박사님이 있다. '시대예보' 시리즈가 유명하다. 이분의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뭔가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발버둥 쳐보기로 했다. 이분 말대로 해보고 안 되면 또 어떤가?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다. 참 괜찮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지인들의 조언대로 학부 때 전공을 살려서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해서 유튜브에 올려보는 거였다. 근데 뭔가 내키지 않더라. 이미 레드오션이기도 했지만, 내가 진짜 좋아서 만든 결과물을 올린다는 생각이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청각학 전공을 살려서 강의를 올려볼까? 근데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이것도 내가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안 나왔다. 결국 기존 자료를 다시 말하는 것 이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약 2년 전, 글을 끄적이다가 중단했던 브런치 계정이 생각났다. 거기서 다시 글을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이게 <소리가 빛이 되는 순간>이라는 과학 에세이를 브런치북에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처음엔 주제 잡는 것도 어려웠다.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순차적으로 적어보니 겨우 다섯 개의 장(章)이 나왔다. 그래서 나만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 학술적인 건 최대한 빼자. 그런 정보는 인터넷이나 논문을 보면 된다. 굳이 내가 또 반복할 필요는 없다.
둘째, 전공에만 얽매이지 말자.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엮어보자.
이렇게 방향을 정하니 쓸 수 있는 주제가 갑자기 많아졌다. 갑자기 불어난 주제들을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서 결심했다. 딱 17장에서 20장 정도만 써보자. 지금으로선 이 정도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기에 충분할 것 같다. 지금까지 쓴 10장 중 4 장이 브런치 북에 올라왔다. 이제 목표의 절반 정도 온 것 같으니, 나의 결심을 반추하고 이런 글도 쓸 생각의 여유가 생겼다.
이미 올린 글들을 다시 읽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쓰고 올린 글이라는 점이 좋다. 언제까지 계속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괜찮다. 내가 즐겁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