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홍콩?

중국도 영국도 아닌 홍콩의 재밌는 스타트업 생태계

by 문경록

Statups in Hong Kong


저는 뉴지스탁이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뉴지스탁은 2012년 첫 서비스를 론칭했으며, 현재 국내 7개의 증권사와 B2C 채널을 통해 국내/중국 증시를 대상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첫 해외진출로 중국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좋기에 법인설립과 IR을 위해 현재 홍콩에 3주째 머무르고 있습니다. (홍콩 법인 설립 이야기는 완료되면 하겠습니다)

홍콩은 2006년 학부 3학년 당시 폴라리스 증권(지금은 유안타증권으로 합병된)이라는 대만계 증권사의 홍콩법인에서 인턴을 하면서 몇달 살았었고, 출장이나 여행으로 자주 왕래하긴 했지만…… 오래 살았던 분들에 비해 현지 사정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쓴 내용이 아님을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기자도 아니고, 본 포스팅이 정식 기사도 아니기에 팩트체크를 다 하진 못했고, 저의 체험적이고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데이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홍콩의 창업환경


인구는 약 7백만으로 서울 인구보다도 적지만 인구밀도는 2배 정도입니다. (어딜가나 골목길까지도 사람이 많습니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중국정부에서 50년간 외교,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과거 영국령이었을 때의 선진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턴을 했었던 2006년에 비하면 중국본토 인구가 많이 유입되어 시민의식도 많이 낮아졌고, 영어사용자의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물가나 부동산 가격은 말도 못하게 높아졌지요. 그래서 로컬 홍콩사람들 중 중국 본토인들을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홍콩의 창업환경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1)선진화된 비즈니스 인프라와 2)중국과의 접근성 일 것 같습니다.


- 선진화된 비즈니스 인프라

홍콩은 투명하고 오픈된 정책과 비즈니스 인프라를 가진 곳입니다.

그 중 홍콩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세율 이라고 생각 합니다.

2016년 World Bank와 IFC의 Paying Taxes 연구에 의하면 189개 국가 중 홍콩은 가장 tax-friendly economies 중 하나로 선정되었습니다.


- 심플하고 낮은 세금정책

이윤세 상한선 16.5% (Profits tax) - 우리나라의 소득세

급여소득세 상한선 15% (Salaries tax)

재산세 상한선 15% (Property tax)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세율인데요.. 연봉 1억이 넘는 제 지인의 경우 약 12%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연봉 1억이면 약 35%를 과세하지요. (세법상 정확히는 8,800 ~ 15,000 까지 35%이고, 누진세라 연봉 1억의 경우 약 25%겠지만, 홍콩도 구간별 이야기이므로..)


홍콩에 없는 세금들은 더 놀랍습니다.

No 부가세 (sales tax or VAT)

No 원천과세 (withholding tax)

No 양도소득세, 자본이득세 (capital gains tax)

No 주식배당금 세금 (tax on dividends)

No 상속세 (estate tax)

게다가 Tax Refund 도 쉽고, 담배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의 수출입이 무관세(심지어 술도!) 입니다.

그에 따라 홍콩의 스타트업 수는 최근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홍콩투자청(InvestHK)의 자료에 의하면 2016년 8월 기준 홍콩의 스타트업 수는 1,926개, 종사자 수는 5,229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15년에 비해, 스타트업 수는 약 24% 증가했고, 종사자 수는 41% 증가한 숫자 입니다. (8월 통계인데도 말이지요.)

Co-working space, Incubator, Accelerating program 의 숫자는 48개 입니다.


저조한 로컬 창업

이렇게 좋은 환경과 최근 창업 붐인 글로벌 트랜드에도 불구하고, 그에 비해 로컬 스타트업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전체 스타트업 중 약 60%가 홍콩 로컬 스타트업이며, 40%가 외국인과 중국본토인이 창업한 회사 입니다. 이를 글로벌 도시인 홍콩이기에 해외 스타트업이 40%나 된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몇가지 이유 때문에 홍콩 로컬시민들 중 창업을 생각하는 수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1. 전통적인 대기업, 재벌 중심의 시장구조

2014년 홍콩의 GDP에서 금융, 보험, 부동산, 전문 비즈니스 서비스업이 차지한 비중은 28% 이며, 홍콩의 10대 부자가 현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인도의 5.2%, 중국의 1.4%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한국은 10대 재벌기업의 비중이 약 75%라고 하지요.) -> 팩트체크 필요

인구가 많지 않은 홍콩에서 일반적으로 창업과 스케일업이 용이한 O2O서비스의 경우 유저베이스가 약할수 밖에 없는점과, 대부분의 리테일 서비스는 이미 대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니치마켓도 분명 존재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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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 (출처 : 바이두 )


2. 지나치게 높은 생활비 -

체감물가는 서울의 약 2배, 아파트 값은 서울의 약 5배 정도로 비싸서, 스타트업 창업 후,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단기로 머물고 있는 13평 원베드룸의 월세는 한화로 430만원/매매가는 11억원 정도 합니다. 멀리 카오룽 지역 외곽으로 나간다 해도 1/2정도로 줄긴 하지만 여전히 비싼건 사실이죠. 제가 사무실로 사용하는 WeWork 도 서울지점보다 약 40%정도 비쌉니다. 게다가 의료비도 국영병원의 경우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싸지만, 대기가 길어 출산이나 응급이 아니면 진료받기가 힘들고, 사립병원을 갈 경우 작은 외과수술도 수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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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좁고 높은 아파트들. (출처 : AFP Photo/Philippe Lopez)


3. 높은 임금수준, 큰 경제규모 -

1인당 GDP가 한국의 2만 7천달러 보다 1.5배 가까운 4만 3천달러 정도로 임금이 높은 편입니다. 홍콩에서 글로벌IT 대기업에 근무중인 지인의 경우를 보면, 한국 내 동일 기업의 동일 직급보다 약 1.7배 정도 받고 있습니다. 물가가 비싼 홍콩에서 생활하려면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홍콩인들은 리스크가 높은 창업 보다는 안정적인 금융권이나 대기업 취업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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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금융가인 Central과 Admiralty (출처 : 뉴지스탁)

사실 환경만 보면 실리콘밸리나 북경도 비슷한 상황인데 그 곳으로는 전세계의 창업가가 몰려들고 로컬 창업도 줄을 잇는 반면 홍콩은 아닌 이유는 결국 ‘시장’ 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한 부분인 홍콩이 시장이 작다?

홍콩은 중국과 ‘1국가 2체제’ 인 만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홍콩이 중국진출의 Gateway 인 것도 사실이나, ‘홍콩에 법인을 설립한다고 중국본토 진출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너무 다르기 때문인데요. 어찌보면 위에서 설명한 홍콩의 장점인 시장투명성과 자유로운 분위기, 인프라 등과 중국본토 시장과 소비자의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홍콩에 진출한(저희를 포함한) 외국계 스타트업은 이런 홍콩을 중국과 Global 사이의 Comfort zone 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또한, 홍콩인들이 중국본토를 싫어하는 것도 한 이유인데.. 홍콩의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까지 오른 이유는 중국본토의 부자들이 많이 건너와서이고, 그에 따라 전반적인 민도가 저하되는 부분이 컷기에, 홍콩인들이 중국본토를 싫어해 중국에 의지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일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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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국 시위를 벌이는 홍콩인들 (출처 : AP통신)


Gateway to China

하지만, 홍콩의 지정학적 위치를 중국시장의 교두보로 아주 사용 못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 큰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미국, 영국, 호주, 인도, 중국 등)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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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주요 스타트업 공간인 Metta 에서 (출처 : 뉴지스탁)


이는 중국 본토로 직접 진출이 어려운 외국인들이 언어와 외환, 업무환경이 자유로운 홍콩에 먼저 정착을 한 후, 중국 본토 투자를 받아 진출하려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 창업을 하는 케이스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홍콩 기반의 스타트업 중 상해나 심천의 VC로 부터 투자를 받은 케이스가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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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의 마천루 (출처 : 바이두)


또한, 홍콩은 중국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중심인 심천과 지리적으로 매우 근접해 있습니다. 배로 이동하면 한시간이 채 안 걸립니다. 심천은 하드웨어 중심인 것 뿐만 아니라, 증권거래소가 있는 금융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중국에는 상해, 심천, 홍콩 3곳에 증권거래소가 있으며, 2015년 기준 홍콩거래소의 시가총액(3조 3,200억 USD)은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합친 것(1조 4,400억 USD)보다 2배 이상 큽니다. 심천거래소도 2조 2,850억 USD에 이릅니다. 그래서 핀테크와 글로벌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개발팀이나 제조를 심천에 두는 스타트업도 많습니다.


투자 지원 기관

홍콩은 2000년에 설립된 InvestHK(홍콩투자청)( http://www.investhk.gov.hk)이란 기관이 있습니다.

직접 돈을 투자하지는 않고, 해외 기업이(주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홍콩에 진출하는 일련의 작업을 지원 워킹비자 발급을 도와준다거나, Cyberport나 사이언스파크와 같은 기관*등을 통해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상당히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데요. 실제로 저도 홍콩투자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Cyberport와 사이언스파크는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와 유사한 공간으로 업무공간, 인큐베이팅, 시드투자 등을 제공함. 추후 따로 다루겠습니다.)


저는 홍콩에 오자마자 InvestHK부터 찾아가 핀테크 담당임원과 미팅을 했었는데 재밌게도 프랑스인 이었습니다. 여기에서 홍콩의 자유롭고 능력위주의 인재등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능력있으면 정부기관 임원으로 외국인도 쉽게 채용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그 성장성을 가늠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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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제가 만났던 Charles D'Haussy, 홍콩투자청 핀테크 담당 임원 입니다. Charles는 홍콩 1위의 로보어드바이저인 8Securities 의 마케팅 임원 출신으로, 외국인이면서 홍콩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진출을 진두지휘 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옮긴 케이스 입니다.

이미 많은 한국 창업가들이 중국에 바로 진출해서 열심히 하고 계시기에 홍콩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결론적으로, 홍콩은 창업하기에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단점 조차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략을 잘 세운다면, 중국으로 직접진출하기 어려운 기업들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홍콩시장 자체에 론칭하는 케이스도 곧 다뤄보겠습니다.)

이 외에도 재밌는 이야기가 많지만. 차차 풀어나가기로 하고, 오늘은 홍콩의 스타트업 분위기를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글쓴이 : 뉴지스탁 공동대표 문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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