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형태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

설날의 형태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가족, 친척들은 설날, 추석에 모여 제사를 지내는 문화는 없어졌다. '제사'라는 반강제성 문화가 사라지니 자연스레 모임도 줄어들고 '명절'이라는 특별한 날 말고 평소에 한 번씩 모여 안부를 묻는 형태로의 문화가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에는 '명절'이 참 큰 행사였다. 태어나니 있었던 친척들이 북적이는 친척집, 전을 지지는 기름 냄새, 떡국, 용돈 등 평소와는 다른 다양한 이벤트와 먹거리가 넘쳐났는데 이에 명절 때만 만나는 친척형과 등짝 맞기 전까지 놀던 기억들이 있다. 

나이를 먹고 나니 명절에 대한 추억은 우리네 어머님들의 영혼을 갈아 넣은 노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친척들도 잘 모이지 않고, 등짝을 맞지 않더라도 서먹해진 친척형. 그것들이 없더라도 명절은 나에게 '휴일, 연휴'라는 개념이 강해져 버렸다. 어렸을 때는 명절에 친척집에 방문하는 것이 필수 사항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휴일에 갈지 말지는 선택 사항이 되어버린 것인데, 사실 예전이 그립기는 하다. 

나는 인생을 살 때에 늘 말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변하지 안 하여야 하는 것은 반드시 존재한다"라는 말이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선후배의 예의, 어른 공경의 예의, 인간다운 예의, 가족 간의 예의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회사에서는 직급의 벽을 허물며 호칭에서도 변화를 주며 평준화에 힘쓰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모두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곤 하는데, 이것이 선후배의 개념 또한 흐리게 만들고 있다. 선후배의 개념이 흐려지다 보니 선배들은 선배의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아무래도 관계도 돈독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후배들의 경우 터치 없는 직장 생활을 할 수는 있으나 과연 그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영향을 줄 것인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설은 유독 편하게 잘 쉬었던 것 같다. 그런데 유독 예전 시끌벅적했던 명절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연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