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민 Mar 11. 2021

그 밝고 수다스러웠던 아이

얼음집

그 밝고 수다스러웠던 아이


어린 시절 동네의 교회에 다녔었다. 또래 친구들도 많았고 가족들 모두가 그 교회에 다녔으니 믿음 보단 당연하게 가야 하는 듯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일요일에 오전 예배를 마치고 교회 앞 도라에몽에 나오는 공터 같은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친구들과 다 같이 놀았었다. 정말 딱 도라에몽 공터(?) 같은 곳에서 모여 잠자리도 잡고, 술래잡기도 하고, 탈~출~! 도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 공터 앞에 얼음집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물론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얼음 가게였는데, 가게에 놀러 가면 큰 얼음들이 있고 더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집이 있었다. 아마 이름이 하늘이었던 것 같다. 하얗고 조용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일요일이면 예배가 끝나고 그 친구네 집에서 자주 놀았었다. 옛날 집답게 원목으로 가득 채운 인테리어도 기억이 난다. 하늘이에게는 이쁜 여동생이 있었다. 엄청 밝고 수다스러워서 귀여워했었던 아이다. 그 친구와 여동생을 생각하면 여름이 생각나는 걸 보면 아마 아주 짧게 친했던 친구였던 것 같다. 


친구가 교회에 나오질 않았다. 오늘도 끝나면 친구네 집에서 놀 생각에 신나게 왔건만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과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예배가 끝나고 친구 집에 가 보았다. 친구가 집에 있었고 부모님도 계셨다. 그런데 분위기가 굉장히 어두워 보였다. 그래서 늘 밝았던 여동생을 찾았는데, 여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에서 사고로 실명을 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여동생이 바짝 깎은 연필을 위로 향해 있었는데, 선생님이 뭐하냐며 뒤통수를 쳤는데 연필이 안구를 관통했다고 한다. 어린 나는 믿기지도 않고 놀란 마음에 도망치는 그 집에서 나왔었다. 며칠 후, 나는 다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역시나 어두운 분위기. 걱정이 됐던 여동생에게 가 안부를 물었다. 한쪽 눈에 안대를 쓰고 있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대해 보려고 노력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그 아이의 얼굴을 보니 나 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보여주기 싫었다. 


그렇게 하늘이와 여동생 그리고 그 가족들은 얼마 안 있어 이사를 갔다. 역시 교회도 나오지 않았다. 그 가족에게 엄청난 불행이었겠지만, 그 밝고 수다스러웠던 아이는 여전히 밝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이직하고 싶은데 어떤 회사가 좋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