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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Oct 14. 2024

자신감의 역설

40대에 자신감을 다시 생각하다.

20~30대에는 자신감이 전부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감도 충만했었다. 자기계발서를 보면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땐 나도 자신감만 있으면 뭐든 잘 될 줄로만 알았었다. 아마도 그 시기에는 자신감이 새로운 도전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며 자신감의 진짜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젊은 시절의 자신감은 비루한 실력을 감추기 위한 방패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한 이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일을 그르칠 위험을 높인다는 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자신감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어찌 보면 40대가 자신감이 가장 충만해지는 시기일 테다. 인생 경험도 어느 정도 쌓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좀 더 명확해진다. 또한 어떤 조직에 속해 있다면 책임 있는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그동안 희미했던 자신감이 다시금 뚜렷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사고 치는 사람도 많다. 그맘때쯤 갑작스레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시작하거나, 조직의 리더들이 엉뚱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봐왔다. 흔히 마흔 넘어서 일 벌이는 것에 신중해야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 사례들 때문이었으리라.


제대로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공허한 자신감은 자기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뿐만 니라 주변까지 힘들게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이 시기부터는 단편적이고 허황된 자신감보다는 오히려 꾸준한 노력과 이를 위한 시간 투자, 합리적인 판단력이 좀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또한 자신감이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는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젊은 시절의 자신감이 무지에서 비롯된 용기였다면, 지금의 자신감은 나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서 오는 평온함에 가깝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자신감인 것이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는 겸손한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성장,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정하는데에서 오는 진정한 자신감은 겸손함의 가치와는 사뭇 다른 결의 문제이다. 외부로 보이는 겸손함과 달리, 진정한 자신감의 방향은 스스로를 단련하며 성장해 가는 내면으로 향해 있기에.


결국 40대 이후부터는 자신감의 역설이 시작된다. 젊은 날의 무기였던 자신감이 중년 이후부터는 역설적이게도 인생의 새로운 숙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내게 남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자신감을 얻기 위해, 앞으로의 여러 도전들을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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