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저/김윤경 역 | 다산북스
※ 일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관련 책들을 시리즈로 읽고 있습니다. (4)
이제 직장생활을 한지도 20년 가까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생각해 보는 요즘, 오랜 기간 직장인들의 필독서로 손꼽혀 온 책, ≪왜 일하는가≫와 ≪왜 리더인가≫를 다시 읽어 보았다. 이전에 읽었을 때보다 더 큰 울림이 있는 걸 보니, 책도 내게 맞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좋은 책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는 계속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26p)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면 결과가 나오고 급여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궁리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왜 일하는지 알고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각자가 그리는 궤적에서 분명한 격차를 보일 것이다. 잠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는 생의 가장 밀도 있는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그렇기에 단 한 번뿐인 귀한 삶을 좀 더 가치 있는 삶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하는 이유와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 시간은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자산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젊은 시절 원하지 않았던 직장에 가게 되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일에 진심으로 몰두하다 보니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어떤 일이든 온 힘을 다해 몰입하자 걱정과 불안이 해소되면서 인생이 긍정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을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마음을 갈고닦는 수행의 한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44p) "때때로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의문이 가슴속에서 솟아난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그럴 때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려보라. 일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좋아하는 일을 해야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통념을 반박하는 대목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미리 알고 그 일로 평생 직업을 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좋아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런 현실을 직시하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번민하고 방황하는 시간을 갖기보다, 눈앞에 놓인 일부터 사랑하려 노력할 때 제대로 된 인생의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90p)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중략)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저절로 추진력도 붙는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된다. 주위에서 칭찬해 주면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그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과 일의 결과 = 능력 × 열의 × 사고방식"이라는 인생 방정식을 제시한다. 능력은 타고난 것이지만, 열의와 사고방식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기에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전체 결괏값을 마이너스로 되돌리기에,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췄더라도 그 결실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열정적인 의지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인생 성공의 근본이라는 뜻이다.
한편 세상과 타인을 위한 이타심으로 일에 임할 때 진정한 삶의 의미가 생긴다고도 이야기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일은 공허하지만, 주변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게 되면, 일은 곧 삶의 보람이 되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성공과 행복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은 고난 속에서도 나를 일으켜 세우며, 겸손하게 정진하도록 돕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면, 깊은 몰입이 가능해지고 자연스럽게 성과도 높아질 것이며 삶의 기준까지 세울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찾는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혹여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일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66~67p) "오랜 시간 아무런 목표도 없이 일도 하지 않고 나태하게 생활하다 보면 인격적으로 성장하지도 못할뿐더러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 썩혀버리고 만다. 그러면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참된 의미와 보람도 찾기 어려워진다. 매일 열심히 일하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에, 인생의 시간이 더욱 즐겁고 귀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마음가짐을 바꾸면서부터 달라졌던 경험을 다시금 고백하면서, 본인이 평생 연구한 마음의 구조와 작동방식, 그리고 그것에서 느낀 깨달음을 리더십과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리더의 가장 큰 덕목 또한 '마음가짐'이라고 단언한다. 올바른 마음가짐이야말로 조직의 문화와 성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수십 년간 경영의 신으로 불리며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리더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자신만을 위했던 리더는 변화의 물결에 떠내려갔지만, 느리고 둔하더라도 언제나 겸허한 마음을 유지했던 리더는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좋은 리더의 비결은 탁월한 전략이나 능력이 아니라, '좋은 마음가짐'에 있었던 것이다.
(36~37p)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리더의 자질은 단순한 성격이나 성향이 아니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일 뿐이다. 거대한 기둥이 심해 깊숙이 박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물 밖으로 드러난 기둥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바닷속 어딘가에 박힌 기둥의 뿌리다. (중략) 리더의 자질을 면밀히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마음에 박힌 기둥의 뿌리를 관찰해야 한다. 성격이나 성향을 고치는 일은 수면 위에 튀어나온 기둥의 방향을 바꾸는 일만큼이나 어렵지만, 마음가짐을 바꾸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 땅에 박힌 기둥의 뿌리를 조금만 틀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이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 주어진 상황이 그 사람의 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갖추느냐에 따라 현재의 상황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하며, 끊임없이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리더십도 길러진다는 것이다. 좋은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면, 당연하게도 리더는 마음을 가꾸기 위해 늘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
(24p)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이 끌어당긴 것입니다. 필름에 촬영된 영상을 영사기가 그대로 스크린에 비추듯이, 인간의 마음 역시 자신이 그린 그림을 현실에 그대로 재현합니다. 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절대 법칙이자 모든 일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이 책에 쓴 철학을 말로만 설파하지 않았다. 그는 교세라와 KDDI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구었고, 파산 직전의 JAL을 불과 2년 만에 흑자로 되돌려 놓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반전의 중심에는 첨단 기술도, 대규모 구조조정도 아닌 단 하나, 리더의 마음가짐 변화가 있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왜 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조직 전체에 심었다.
마음의 방향이 바뀌자, 조직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음을 증명해 냈던 것이다. 그가 평생에 걸쳐 말하고자 했던 리더의 모습은 결국 이것이다. 리더란 완성된 인격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갈고닦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능력이 뛰어난 리더보다 마음이 바른 리더가 결국 더 오래, 더 멀리 간다는 것. 그는 그 믿음을 평생의 경영 현장에서 몸소 증명해 보였고, 이 책은 그 긴 여정에서 길어 올린 통찰의 기록이 되었다.
두 책을 나란히 읽고 나니, 결국 이나모리 가즈오가 평생에 걸쳐 건네고 싶었던 말은 하나였다. 일도, 리더십도, 그리고 인생도 결국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것. 직장생활 20년을 앞두고 다시 펼친 두 책들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었다. 좋은 책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가 달라질 뿐이다. 그리고 그 달라짐이 쌓이면 결국 좋은 인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