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두고 사람을 봐야 하는 이유

'사람'이라는 텍스트를 정독하는 방법

by Ryan Choi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첫인상의 강렬함은 종종 눈을 가리고, 단 몇 마디 대화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안다고 착각하게 한다. 나 역시 그런 실수를 많이 해왔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좋은 인상을 받아 가까이했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고, 반대로 첫인상이 별로여서 거리를 뒀다가 뒤늦게 좋은 사람임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판단할 때, 의식적으로 시간을 두려 노력한다.


함께 밥을 먹어보고, 사소한 약속을 잘 지키는지 보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 어떻게 응하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그 사람만의 일관된 패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패턴이야말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가장 정직한 언어다. 겉으로 드러난 한 순간의 모습이나 말 한마디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증명되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고 관계 속에 마찰과 이완이 반복되다 보면, 비로소 나와의 결이 맞는지가 선명해진다. 멀리서 볼 때는 좋아 보였지만 가까이할수록 차가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에도 내게 그런 순간이 있었다. 시간을 함께하고 나서야, 이 사람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문득,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과 내가 서로 다른 모양이었음을 발견하는 일은 누군가의 잘못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이 그려온 궤적이 다름을 뚜렷하게 깨닫는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 기다림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나를 지키는 일이다. 성급한 판단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내린 결론이 후회가 적다. 그렇기에 설령 그 결론이 나와 '맞지 않음'일지라도 상대방과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결국 사람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장 빛나는 순간뿐만 아니라, 가장 그늘진 순간까지 묵묵히 지켜보는 일이다. 계절이 바뀌어야 나무의 진면목을 알 수 있듯, 관계의 사계절을 함께 겪어낸 뒤에야 비로소 서로에게 진실된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 이제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사람이라는 깊고 넓은 텍스트를 한 문장씩 천천히 읽어가고 싶다. 그 기다림 끝에 남는 인연이 내 삶을 풍요롭게 채워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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