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an Son Jul 24. 2023

웨어러블, 정말 착용하고 싶은가?

Humanizing Tech Investments

지난 6월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가격이 공개된 현장에서 팬들의 한숨이 포착된 영상이 화제였다. 스키 고글을 연상시키는 5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의 이 새 애플 제품은 애플의 그동안의 기술적 성과를 고려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관련 업계의 기존 제품들에서 확인되어 온 보다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여전히 우리를 주저하게 만든다.


과연 나는 이걸 정말 착용하고 싶은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기술이 접목된 ‘웨어러블’은 20세기 후반의 인간성에 대한 공상 과학 소설의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우생학 담론에 의해 주도된 인간의 감각과 활동 능력을 증강하고자 하던 아이디어가 대중문화 속 슈퍼히어로의 증가된 힘과 속도의 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웨어러블의 본질은 웨어러블을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지는 세상과의 관계, 즉 동기에 있다. 전쟁터에서 체온 보존과 외부 공격의 영향을 줄이는 역할을 하던 갑옷, 종족 번식 및 사회적 선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눈에 띌 수 있는 도구로서의 의류, 액세서리의 역할 그리고 특정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선택하는 분장 및 의상 등은 모두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웨어러블의 기능이었다.



특히 머리는 인간의 신체에서 극도로 높은 수준의 세심한 디자인을 필요로 함에 주목해야 한다. 귀가 드러나도록 찍은 여권 사진, 트위터 프로필 사진에 적용되는 헤드샷, 여성 앞머리 스타일의 다양성, 귀걸이, 피어싱, 목걸이 등으로 표현되는 세심하고 미묘한 스타일과 표정들은 엄청나게 상징적인 가치가 현실 속 머리와 얼굴에 부여되고 있음을 확인케 하는 증거들이다. 하지만 비전 프로의 착용 시 외부에서 확인되는 불투명한 시야는 친밀감과 주의 집중의 도구인 상대의 눈을 확인하는 걸 어렵게 만들고 당면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돋보기를 썼을 때의 의미를 외부에 표현하게 된다.


따라서 웨어러블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생활 시스템 내에서 진정으로 작동하려면 이러한 상징적인 가치 체계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로서의 잠재력을 인정해야 하며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웨어러블의 기능을 재확인할 때 앞으로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이론가 레오폴디나 포르투나티는 휴대폰이 패션과 액세서리의 세계에 침투를 시도했으며, 그중 가장 성공적인 전략은 부드러운 가죽이나 스티커로 장식하고 바지 주머니나 핸드백에 넣을 수 있는 소위 '부드러운 기계로의 변신’이라고 주장했다. 즉, 스마트폰이 이렇게 널리 보급된 이유를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어 사용자가 자신을 꾸미는 방식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던 점에서 찾았다. 이를 적용하면 다음의 질문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비전 프로의 헤드셋처럼 부피가 큰 액세서리를 멋지게 연출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아니면 헤드셋을 숄더백에 넣어 스타일을 유지한 채 손쉽게 숨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는 산업 디자인의 관점이 아닌 사회적 관계를 고려한 패션의 세계에서의 이슈라 할 수 있다.



또한 가면이나 얼굴 장식을 의식적 변신의 기회로 삼는 관행으로 바라보는 인류학적 관점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훈련 참가 전 바르는 군인들의 위장 크림, 핼로윈 데이 파티를 위한 메이크업은 얼굴을 가리거나 재구성하여 관계의 의미 강화와 특정 커뮤니티에의 합류를 상징한다. 따라서 머리에 쓰는 웨어러블의 기회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유형의 변형을 활용할 수 있는가에 있다. 아이들과 놀아줄 때 용으로의 표현을 담아내거나 새로운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사람이 되는지 실감 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웨어러블 착용 중 가능한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의미를 강화할 수 있는 많은 상황에 적용 가능한 기회가 있다.


현재까지 업계의 담론은 착용한 디바이스의 화면으로 확인되는 소위 새로운 웨어러블 기술의 디지털 특성이 본질적으로 새로운 세상과의 관계를 형성한다고 주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웨어러블은 그 자체로 새로운 범주라기보다는 의류, 액세서리, 장신구, 스포츠 및 의료 기기 등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규범 내에서 더해지는 기능으로 정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따라서 웨어러블 제품은 강력한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상징적 의미를 제공해야 한다. 즉, 신체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몸이 착용하고 있는 상징의 세계에 기술을 깔끔하게 입히는데 성공의 기회가 있다.



*이 글은 23년 7월 24일 자 전자신문 기명칼럼에 게재된 내용의 원본입니다.


References


Apple fans groan at the price of Vision Pro at WWDC

Hyperdressing: Wearable Technology in the Time of Global Warming

The Opposite of Disappearing

The Anthropology of Wearables: The Self, The Social, and the Autobiographical

The mobile phone as technological artefact

작가의 이전글 메타 '스레드'의 기회, '지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